불과 2년 전이다. 정부가 바뀌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이든 여론이든 한 목소리라 내수의 부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수 살리자고 대출규제 풀고 괜하뉴임시공휴일까지 정하고 있었다. 내수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내수가 살아날까?

생활임금에도 못미치는 최저임금의 결과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계부채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 쓸 돈이 없으니 빌려서라도 써야 한다. 그럼에도 내수는 계속 불황이다. 어느날 갑자기 최저임금 올렸다고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것이 아니라 전부터도 자영업자들은 힘들었고 폐업율 역시 높았다.

하긴 자영업의 진입장벽부터 낮기는 했었다. 아무런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 없이도, 제대로 된 구체적인 계획 없이 거의 아무나 그저 프랜차이즈에 기대어 창업이라는 걸 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도 부족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부실하고 그저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너도나도 준비없이 뛰어들다 보니 그만큼 살아남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내수까지 부진하니. 직원 월급이라도 아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최소한 창업을 하려면 해당업종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보고 난 다음에 해야 한다. 나름대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도, 구체적인 계획도 가지고 최대한 신중하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마땅히 자영업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 대책없이 시작한 일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가.

사실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려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의 법정노동시간을 줄인다. 그리고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줄어든 수입은 최저임금을 올려 벌충해준다. 노동자 개인의 노동시간이 줄면 필요한 노동량 만큼 고용을 늘려야 한다. 궁극적으로 전체 노동임금은 상승한다. 노동임금이 늘어난 만큼 소비도 늘고 내수도 살아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낮은 임금에만 기대며 버티는 사용자들 역시 정리되어야 한다. 자영업과 중소자영업의 구조조정이다. 자기 사업할 능력이 안되면 적더라도 임금노동을 해야 한다.

더구나 정부가 주장하는 혁신성장까지 노동임금의 상승에 따른 내수활성화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한 마디로 신규창업이란 대부분 내수를 일차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수출부터 생각하고 소규모 창업을 하는 경우란 거의 드물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먼저 자국시장에서 인정받고 난 다음 세계시장에서까지 성공을 거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수가 침체한 상황에서 브랜드도 없는 중소신생기업의 아이디어상품이 인정받기란 더어렵다. 그동안 대기업중심의 경제정책을 펴 온 결과도 신생상업이 사라진 지금의 고인물 경제다. 이대로 대기업에만 기대다가는 모두가 말라죽는다.

소상공인들도 그같은 배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지금같은 내수침체 아래서는 소상공인들 역시 미래가 없다. 아무리 인건비를 아껴도 시민들이 소비할 소득이 부족하면 망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바로 지금도 그러고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건물주가 자신들이 애써 일해서 거둔 이익을 마음대로 빼앗아가는 것을 막아달라. 경제적 강자의 억압에 의해 약탈당하는 것만 줄여주면 그 정도 임금인상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회의 역할 역시 필수다. 야당과 언론이 훼방놓으려 필사적인 이유다. 정부의 실패를 위해 소상공인의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저임금 인상은 그저 알바등 월급을 올려주는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 아무 문제없이 잘 운영되던 자영업자들을 하루아침에 부담을 지워 망하게 하는 정책도 아니다. 하지만 역시 성공을 위해서는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도 필요하다. 자칭 진보언론들의 본색이 드러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물론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한국경제의 근본적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고 혁신이다. 누군가는 알리고 국민적 동의를 구했어야 하건만, 외로운 처지의 정부와 여당이 믿을 것은 그저 지지자의 이해와 응원 뿐이다. 나는 당연히 옳다 여기기에 지지한다. 쉬운 과정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하리라 믿는다. 차라리 당위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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