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임금노동자 가운데 대부분은 최저임금이 기준임금이다시피 하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특히 허세가 심한 인터넷의 경우 자기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잠시 하는 아르바이트면 모를까 자기 직업인데 고작 최저임금밖에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수치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은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다.


한 마디로 나처럼 처음부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 시작하면 최저임금정책에 대한 태도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라경제야 어쨌든 당장 내 수입부터 느는데. 그렇지 않아도 아파트 대출금 상환 때문에 허리가 휘는데 최저임금 오르고 월급도 따라 오르면 그만큼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거의 딱 최저임금 오른 만큼 소비에 여유가 생겼다. 덕분에 거의 1년 가까이 그동안 미루고 있던 척추교정도 받고 있는 중이다. 너무 상태가 심각해서 8개월을 다녔는데도 아직 몇 달을 더 다녀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고 오른 최저임금 받는다고 생활에 여유가 있는가면, 정작 같이 일하는 사람 가운데 결혼한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다는 게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나마 그 한 명도 아내가 공무원이라 그 정도 월급 받고도 그리 수입에 아쉬움 같은 건 없는 편이다. 그 밖에는 좋은 자리 있으면 일찌감치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라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이 돈 받고는 당장 생활은 될 지 몰라도 미래가 없다. 문제는 최저임금이라도 오르지 않으면 월급이 더 오를 것인가. 하지만 이런 말 하는 언론도 개인도 요즘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즉 정작 오른 최저임금의 혜택을 보는 사람의 입장이 전혀 여론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전에 쓴 것처럼 심지어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수입이 늘어난 경우마저 자기가 일한 만큼 받는다며 다른 사람들의 최저임금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받는 건 당연하고 다른 사람 오르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러니 부정적인 여론들만 쏟아진다. 최저임금을 올려서는 안된다. 그런데 자기 월급마저 오르지 않는다면? 군인월급 격년으로 올린다 하니 뭐하는 거냐며 볼맨소리 하는 놈들이 한가득이라는 것이다.


과연 묻고 싶다. 하긴 과연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에게 인터넷에서 시시덕거릴 시간이나 있을 것인가. 그래도 나는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도 몸이 고단하니 밤에도 일찍 자고 쉬는 날이면 거의 하루를 잠으로 보내기도 한다. 이래저래 정작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는 당사자들의 입장은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최저임금을 더이상 올려서는 안된다. 내 월급은 올라야 하는데.


아무튼 기대가 크다. 이대로 오른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내년 월급도 역시 적잖이 오르게 된다. 그리고 오른 만큼 수입에도 여유가 생기게 된다. 저축해도 되고 소비를 해도 된다. 조금은 미뤄두었던 사치도 누려볼까? 아무래도 올해 오른 최저임금으로도 마음놓고 돈쓰기가 꺼려진 것은 사실이니. 병원비가 꽤 만만치 않다. 그런 사정들은 알고 있는지. 심지어 나만도 못한 월급을 받는 사람도 현실엔 넘쳐난다.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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