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결국 세싸움이다. 누가 더 많은 더 강력한 지지자를 확보하여 배후에 두고 있는가. 정치적으로 누가 더 강한가는 누구의 발언이 더 많은 지지와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일 실력으로 대결하려 하면 내가 너를 힘으로 누를 수 있다.


그래서 정치에서 필요한 것이 정치력이란 것이다. 정치력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얼마나 더 많은 지지자를 우호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가. 때로는 설득으로, 때로는 거래로, 때로는 협박으로, 물론 그 과정에서 자기에게 이익이 될 만한 대상을 잘 골라 줄서는 것도 정치력에 포함될 것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권력들이 그렇게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정파와 계파들의 연합으로 성립하고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 중심에 설 수 있는 것이 바로 리더십, 혹은 카리스마라 불리는 것이기도 할 터다.


처음부터 자기를 지지했으니까. 가장 어려울 때부터 자신을 지지했고, 따라서 다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을 지지할 것이다. 확실히 든든하다. 당장 자기가 망해도 자기를 지켜줄 이들이 있을 것이다. 자기를 따라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수한 자기의 지지세력이 도대체 얼마나 될 것 같은가. 어떤 경우에도 어떤 상황이 되어도 자신을 지지할 오롯한 지지자들이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소수의 지지자만으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반대편에, 아니 반대편에도 속하지 않은 다른 정파와 계파들이 아직 얼마든지 있다. 


노무현과 문재인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노무현에게는 자기의 친위세력밖에 없었다. 김근태도 정동영도 각각 독립된 계파의 수장이었지 대통령 노무현의 동지도 협력자도 아니었다. 정작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를 지지하며 모인 친노는 소수였고 비주류였으며 대통령이 소속되어 있기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지배하고 있던 다수는 그와 경쟁하는 입장인 이들 유력정치인들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들을 포섭하기에는 아직 준비도 부족했고 역량도 미치지 못했다. 하긴 2012년 대선까지 문재인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와 지금과는 무엇이 다른가.


차라리 문재인 자신의 측근들을 내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원래 자기 사람이 아닌 사람들로 채우고 있었다. 자신의 명망으로. 대중의 자신에 대한 지지를 배경으로. 한창 지지율이 지지부진할 때는 당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비문 아니면 반문이었지만 어느새 당이 안정되고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하며 차기 대선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자 친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근혜의 탄핵국면에서 치러진 대선후보경선의 결과 문재인 자신이 후보로 선출되자 이제는 어제까지 비문이고 반문이던 이들마저 스스로 친문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내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다. 아마 그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어제까지 문재인을 비판하던 사람이 갑자기 문재인을 팔아먹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결과 여당인 민주당은 전에없이 대통령의 의중에 충실한 말 그대로 친정부여당이 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나중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질 걱정같은 건 벌써부터 할 필요가 없다. 당장 중요한 것은 그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며 그것을 현실에서 펼치기 위한 힘인 것이다. 바로 정치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헌법이 부여한 행정부의 권한만이 아닌 입법부 내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전적으로 협력해 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과거에 비문이었든 반문이었든 지금 정부의 편에서 정부와 보조를 맞춰 정부가 의도한 바를 충실히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여당의 역할인 것이다. 지지율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그런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당내 정치이들부터 편가르고 떨쳐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혹시라도 지지율이 떨어지면 배신할 지 모르니 미리 분리해서 밀어내고 몰아내자. 그러면 여당이라지만 민주당 안에 몇이나 대통령의 사람이 남아 있을까? 그런 민주당을 가지고 대통령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하나라도 같은 점을 찾는 정치와 하나라도 다른 점을 찾는 정치가 있다. 진보가 분열로 망한다는 말은 바로 이를 가리킨다. 서로가 너무나 선명함을 강조하려다 보니 서로 다른 부분만을 찾게 된다. 그런 사소한 다른 부분들까지 찾아내어 들추고 공격하는 가운데 단합하지 못하고 공멸하고 만다. 반면 보수가 부패로 망하는 이유는 하나라도 같은 점이 있으면 서로 적당히 눈감으며 타협하며 단단히 뭉치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국정치에서 진보가 보수를 이기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는 하늘이 내린 인물이다. 설마 그런 보수정당 안에서, 그것도 같은 친박마저 서로 구분하여 배척하려 하고 있었으니. 그런데 이제 민주당 안에서 친문 안에서 진짜 친문을 찾으려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배들이 덜 고파서 그렇다. 지난 9년의 시간이 그래도 견딜만 했기에 그러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지지자가 필요하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우리 편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그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을 지키며 따르던 이들 역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대통령의 곁을 비우고 떠나는 것이다. 그 자리를 다른 이들로 채우기 위해서. 더 많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들로 채워넣기 위해서. 그렇게 비어 있는 만큼 대통령의 힘은 커지고 전과 달리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


김어준의 말처럼 작전세력일지도 모르겠다. 참여정부 당시 어떻게 그 핵심지지층이 분열하고 붕괴되었는가 알고 있기에 의도적으로 그리 몰아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한 그대로 참여정부 당시도 핵심지지층은 자기들끼리 서로 배척하며 싸우다가 함께 흩어지고 있었다. 너는 가짜다. 너는 진짜가 아니다. 그러면 진짜가 아니니 지지하지 말까?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지지하지 말까? 개인만이 아니다. 그러면 앞으로 박영선이나 이종걸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척을 졌던 이들은 계속해서 정부와도 척을 져야만 한다는 것일까?


실패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은 그냥 머저리들이다. 실패했음에도 다시 그 실패를 반복하려는 것은 뇌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곤충들은 뇌라 하지 않고 신경절이라 부른다. 실패하든 말든 유전자가 새겨 놓은 패턴대로 같은 행동만 반복한다.


이해찬도 가짜다. 추미애도 가짜다. 모두가 가짜다. 자기들만 진짜다. 그래 너희들만 남아라. 너희들만 남아서 대통령을 지켜라. 가짜인 나머지는 그냥 대통령을 등지련다. 그것을 바라는 것일까. 멍청하거나 아니면 사악하거나. 인간의 진화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 병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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