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이 끝났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강력힌 경쟁자로 등장한 국민의당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제할 것인그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번 이야기한 바 있었다. 어차피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손잡으면 국민의당 없이도 거의 모든 사안을 국회에서 결정할 수 있으니 새누리당과 함께 국민의당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 버리자.

바른미래당의 패착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차피 바른미래당은 보수유권자를 사이에 두고 자유한국당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유승민이 말한 새로운 보수의 가치라는 말 그대로 누가 더 이후 보수의 적자로서 더 적합한지 보수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경쟁을 해야만 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수십년간 보수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온 지유한국당 쪽이 한참은 더 앞서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보수라면 지유한국딩부터 떠올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바른미래당의 이름을 각인 시킬 것인가. 자유한국당의 뒤를 따르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존재감만 키워주는 것이다.

오히려 바른미래당이 당의 정체성을 걸고 비판하고 비토해야 했던 것은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하태경처럼 처음부터 보수의 주도권을 두고 자유한국당과 싸웎어야 했다.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과 어디가 얼마나 다른가. 그래서 바른미래당에 어떤 차별점이 있고 어떤 강점과 장점이 있는가. 그동안 유승민이 해 온 말과 행동들은 자유한국당보다 강경하다는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정부와 여당과 싸우고 있는 사이 그 공은 모두 앞장서서 더 크게 대립하고 있던 자유한국당에 돌아가고 만다.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거 오히려 지워지고 만 이유였다.

전략을 자꿔야 한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로 범여권으로 일컬어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의 의석을 모두 더하면 157석으로 과반을 훌쩍 넘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의석까지 보태면 국화선진화법 아래서도 자유한국당없이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180석 이상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나머지 정당들이 손잡고 지유한국당을 국회에서 아예 고립시켜 지워버리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굳이 의견을 들을 필요 없이 나머지 정당들이 합의해서 모든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에 무엇을 협력하고 양보했으며 또 비판하고 요구했었는가.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반대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이 보수의 가치를 앞세워 해오던 것들이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될까?

중요한 것은 더이상 자유한국당은 보수 그 자체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수 보수유권자들마저 자유한국당에 투표하기를 포기하고 심지어 그 반대편에 있다 여겨지는 정부와 여당에 투표한 경우마저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시대에 뒤떨어진 아집에 환멸을 느끼고 거부하는 보수유권자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 보수유권자에게 대안으로 여겨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소한 정부와 여당과 싸우더라도 자유한국당과는 그 방법부터 달라야 한다. 그 방향이 옳다면 다수 보수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정부와 여당에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의 보수는 이념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현실의 보수다.

생각이 있다면 차기 원구성부터 정의당, 민주평화당과 손잡고 더불어민주당과 소통하며 자유한국당의 막무가내를 유권자들에게 드러내는데 우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기들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도 하겠지만 저들은 지금 아무것도 않고 있다. 지난번 국회파행 당시도 그렇게 자유한국당을 몰아갔으면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 다른 정체성과 경쟁력을 유권자들에 보여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야말로 자유한국당을 대중이 보는 뉴스에서 지워 버린다. 아예 박지원 의원의 말처럼 밖에서 몽니나 부리는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다른 정당들끼리 상임위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자리는 없다.

공동대표부터 원내대표까지 하나같이 반정부반여당에 매몰되어 있었다. 누가 더 집요하고 과격한가 경쟁하는 양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방향이 같은 경쟁은 자유한국당의 덩치에 바른미래당이 가려 지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나마 제대로 판을 읽고 행동하고 있던 것이 하태경 정도였었다. 진짜 문제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자유한국당의 낡은 보수 가짜보수에 있다. 그 가짜보수를 지우고 새로운 보수를 세우기 위한 연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보수는 이제까지와 다른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유승민이 문제다. 유승민은 자유한국당에 남았어야 했다.

지켜본다. 바른미래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어떻게 자유한국당과 차별되는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선보일지. 그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일지. 물론 선택은 유권자가 한다. 그래도 그 선택은 각 정당과 정치인의 행동에 대한 판단의 결과인 것이다. 그를 위한 기회가 주어졌다. 절호의 기회다. 바른미래당의 선택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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