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유치원이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당연히 모든 아이가 다녀야 하는 곳도 아니었다. 유치원에 다녔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또래 사이에서 특별한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말하자면 당시 유치원이란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당연히 받아야 공교육이라기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이들이 개인의 비용으로 누리는 사교육에 더 가까웠었다. 이때였다면 아마 사유재산이라는 주장이 통용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문제는 어째서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세금으로 유치원에 지원금을 지급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포함해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닐 수 있고 보낼 수 있어야 하는 당연한 권리이자 기회로써 사회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에서 국민이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세금으로 보전한다. 다시 말해서 유치원 원아들과 학부모에게는 단순한 유치원의 고객으로서가 아닌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기본권인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유치원은 그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유치원이 비록 사유재산으로 시작되었어도 다수 원아와 학부모의 공적인 권리와 결부된 이상 전적으로 사유재산이기만 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이 설립자가 더이상 운영하지 못하겠다고 유치원을 폐원하면 그냥 유치원 하나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유치원 원아들은 더이상 다니던 유치원에 다닐 수 없게 될 것이고, 학부모 또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데 곤란을 겪어야 한다. 과연 유치원 설립자 개인의 권리를 위해서 다수의 원아들과 학부모들의 권리마저 희생시켜야 하는 것인가. 더구나 그동안 그 원아들과 학부모들을 볼모삼아 공공유치원을 늘리려는 시도들을 좌절시켜왔던 것이 유치원 원장들 자신이었다. 사립유치원의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기에는 스스로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유치원을 늘리는 것을 방해하며 그 역할까지 탐욕을 부리던 것이 그동안의 과정들이었다. 정부의 정책에 원아와 학부모를 볼모삼아 영향을 미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사유재산이란 것인가.


자유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자유란 타인의 자유와 경계를 이룬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개인은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유치원 원장들의 자유가 원아들과 학부모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 그것을 정부는 마음대로 하도록 방치해야만 하는 것인가. 그런 국민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란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공공성을 강화한 공공유치원을 늘리려는 시도들이 있을 때마다 과연 누가 그것을 반대하고 방해해 왔을까? 그리고 이제 공공부문을 강화하고자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자 했을 때 그에 반대하는 여론을 부추긴 것은 또 누구인가?


재미있는 것이 정부가 공공부문의 인력과 예산을 늘리고자 하는 것에는 쌍심지켜고 반대하던 사람들이 유치원에 대해서는 사유재산이라며 내버려두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공공유치원을 늘리라. 정부가 유치원을 사립유치원들에게만 맡겨놓고 이제와서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니까 뭘 어쩌라는 것인지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 


정부의 정책방향은 옳다. 시작이야 어쨌든 유치원은 유치원 원장 개인의 것만이 아니다. 유치원에 종사하는 개인들만의 것도 아니다. 유치원에 다녀야 하고 보낼 수 있어야 하는 원아들과 학부모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들의 국민으로서의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권리가 한 데 얽혀 있다. 누구를 우선할 것인가. 그러니까 공공유치원 늘리겠다는 걸 반대할 때는 즐거웠는가 묻는 것이다. 어이없다. 넘어가는 병신들도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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