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비유다. 간만에 부장이 한 턱 내겠다고 직원들과 함께 중국집에 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메뉴판을 보며 주문한다.


"난 짜장면! 다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시켜?"


아니면 어느 회사에서 퇴근시간을 앞두고 사장이 찾아와서 직원들에게 묻는다.


"다른 분들은 다들 일찍 퇴근하시고 오늘 남아서 일을 마무리지을 분 자원받겠습니다."


그래서 권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시피 하다. 혹시라도 괜히 말 한 번 잘못했다가 눈밖에 나면 당장 직장을 잃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때로 그것은 단순한 욕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좁은 연극계나 정치권에서 과연 지금의 제안을 거부하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때도 자기에게 기회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차라리 포기할 수 있으면 선택하기도 쉽다.


어째서 합의했는데도 성폭행인가. 과연 그것이 피해자의 온전한 자유의지에 의한 판단인가 결론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당시 상황이 그랬기 때문에 대놓고 거절하지 못했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했을 경우 돌아올 결과에 대한 걱정이 바로 거절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직장생활 해봤으면 다들 알 것이다. 권유이고 선택이지만 사실상 강요나 같은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것이 자기와 상관없는 단지 여성에 한정한 문제라 여기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미투를 단지 여성의 문제로만 여기기 시작한 것은 다수 남성들이 먼저였다.


당장 눈앞에 있는 자신의 상사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전권을 가지고 있다. 계약직이라면 재계약여부를 결정할 것이고, 정규직이더라도 인사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권한은 아닐지라도 인사에 충분히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그동안에도 재계약을 빌미로 못된 짓을 했던 기업 임원들도 적지 않았었다. 하물며 도지사다. 그것도 매일 곁에서 수행해야 했던 수행비서였다. 절대적으로 도지사의 지시에 복종하며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얼마나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 요구를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까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오달수가 다수 남성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자신의 기준을 앞세운다. 피해자의 사정이 아닌 오로지 자신이 아는 상식만을 앞세운다. 그것이 어째서 성희롱인가. 그런 것들이 어째서 성추행이 되는가. 그런데도 성폭행이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달리 말하면 자신 역시 과거에, 혹은 앞으로 그와 같이 관습과 상식이 허용한 말과 행동들을 하려 했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가 잘못인가. 자기가 죄인인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 펜스룰이다. 미투의 고발이 자기의 상식과 맞지 않다.


그래서 미투인 것이다. 너희들이 아는 상식은 틀렸다. 너희들이 관습처럼 일상으로 저지르는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잘못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 성희롱이고 성추행이고 성폭행이다. 그러면 안되는구나 인정하고 학습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테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는데 이제와서 - 그것도 여자들이 그런다고 바꾸기는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남자인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형태로 미투를 하라.


한 마디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자세의 결여라 할 수 있다. 여성을 주체로서가 아닌 단지 대상으로서만 여긴다. 자신의 목적에 맞는 여성과 여성의 행동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바로 그런 것들이 차별이고 혐오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채.


새삼 한국사회가 - 특히 남성들이 얼마나 보수적인가를 깨닫는다. 한겨레가 역시 이번에도 헛발질을 하고 있다. 홍준표의 여성에 대한 사고를 비판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김어준이 여성을 어떻게 여기는가 비판하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다. 원래 그렇게 살아왔고 그동안의 성공과 다수 남성들의 지지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미투는 바로 그런 남성들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하여튼 우습다.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사의 권유 아닌 권유와 제안 아닌 강요를 비판하다가 정작 여성의 일이 되면 온전한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으로 여긴다.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가운데 위력이나 강제는 없다. 일방적인 강요없는 합의와 선택만이 있다. 신기한 머리들이다.


그런 것을 아니까 안희정도 그런 뻔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일 테지만. 그것이 기성 남성들의 한계이기도 하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자기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도 모른다. 그래서 미투는 잘못되었다. 하여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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