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문재인 정부가 단지 보다 수월하게 약속한 개혁과제들을 이루어내려 한다면 원내 2당인 자유한국당과 손잡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당연하지 않은가. 두 당이 합치면 무려 227석이다. 모든 법안을, 심지어 개헌까지도 다른 야당들의 반대에도 상관없이 밀어붙여 통과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의석수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대로 상당부분 양보한다고 해도 크게 손해는 아닌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정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고 성공시켜야 한다. 그를 위해서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그래서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우상호 의원이 주장한 통합론이 공허한 이유다. 기왕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무엇하러 고작 40석밖에 안되는 국민의당과 손잡아야 하는가. 고작 국민의당과 통합하고도 국회선진화법에 묶여 아무것도 못할 160석만을 확보할 뿐이라면 차라리 자유한국당과 통합하는 것이 더 낫다. 원래 한 뿌리였다? 같은 정당에 몸담고 있었다? 그래서 주장하는 바가 같았는가? 추구하는 것들이 같았는가? 당장 정부가 출범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이념이나 정책에 있어 얼마나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가? 사실상 자유한국당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할 정도로 사사건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이면 어느것도 동의하지 못하겠다. 그렇게 모든 것이 너무 다른 정당과 통합하여 하나가 되려면 그저 통합하자 말하는 것으로 끝나겠는가.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하고 나서는 그처럼 다른 주장들을 더이상 하지 않을 것인가?


이미 원내 과반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경험으로 눈으로 귀로 몸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의석수만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어중이떠중이 숫자만 많이 모아놨더니 그 안에서 서로 자기주장 하며 싸우느라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청와대도 상관없고 자신들이 여당이라는 사실조차 아랑곳않는다. 어떻게든 언론에 잘보이려, 야당에 잘보이려, 그래서 자기 정치하면서 자기 이미지나 좋게 만들려고. 그나마 열린우리당을 깨고 대통합이니 중도통합이니 하면서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을 때는 달랐을까? 앞에서 당의 지도부가 이런 소리를 하면 뒤에서는 중진이라는 인간들이 다른 소리를 한다. 앞에서는 이렇게 당론이 정해졌다 말하면 다른 쪽에서 언론에 나와 그것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인간들마저 있었다. 당대표를 끌어내리겠다고 심지어 원내대표가 파업까지 했었다. 당대표 마음에 안든다고 당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 할 다선의원들이 줄탈당을 일삼는다. 공천 안준다고 탈당해서는 독자출마해서 전소속정당인 민주당의 후보를 낙선시키는데 혁혁한 기여를 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아예 훈장이 된다. 아예 다른 정당으로 갈라선 상황이면 모를까 그런 식으로 당에게 해를 끼친 인간들도 전에 함께 정당활동을 했으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괜히 당원과 지지자들이 국민의당과 통합 이야기만 나오면 불맞은 소처럼 날뛰어대는 것이 아니다. 나도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거의 하루의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어제 처음 쓰려 했던 글도 거의 쌍욕으로 채워져 있었다. 말이 말같아야 말로써 상대해준다. 주장에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논리로써 반박해준다. 아직까지 계파질인가. 이렇게 서로 당이 나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치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국민의당은 다른 정당이 아닌 원래 자기가 속했던 계파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국민의당으로 인해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도대체 몇 명이며, 지난 대선에서 당원과 지지자들이 입어야 했던 상처가 도대체 얼마이며, 무엇보다 지금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다른 정당인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저들이 나가고 5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고공행진을 하는 중이다. 문제없이 모든 것이 훌륭히 잘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생뚱맞게 지지율도 바닥에 제보조작으로 존립의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다니. 그러니까 어차피 망한 국민의당 간판 대신 잘나가는 더불어민주당의 간판을 그들에게 내주자는 것인가. 미친 것이 아니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주장이다.


어차피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통합해서 하나가 되었더라도 이렇게까지 서로가 많이 다른 정당인데 갑자기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목소리가 같은 정당 안에서 나온다. 지금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보이는 모습 그대로 하나의 정당 안에서 그 모든 시끄러운 소리들이 대중에 노출된다. 그러니까 우상호나 우원식이나 욕을 들어쳐먹는 것이다. 우상호나 우원식만이 아니다. 이른바 민주당 비주류, 과거 비문, 반문이라 불리던 그들이 대중에 인기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망하자는 소리가 아닌가. 과거 열린우리당이, 통합민주당이 어떻게 그렇게 처참하게 망했었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떻게 더불어민주당으로 일신하며 정권을 창충하고 지금의 높은 지지를 얻게 되었는가. 그런 것은 상관없고 민주당은 원래 자기들의 정당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원래 하나였던 자기들을 다시 하나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들의 입지도 커지고 영향력도 강해질 테니까. 당원들이나 당의 이름으로 당선된 대통령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새로운 정부가 무엇을 하려 하고 그에 대해 국민의당이 어떤 주장을 하는가도 전혀 아랑곳없다. 그저 언론이 좋아하고 야당이 좋아하며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가 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래서 더불어 우상호 의원이 했던 발언이 청와대의 문건공개를 여론몰이식이라 폄하한 것이었다. 바로 언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었다. 야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다. 언론이 좋게 써줄 것이다. 야당에게 좋은 인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인상이나 위상이 그로 인해 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청와대의 문건공개는 여론몰이식이어야 하고, 그것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원내대표까지 거쳤던 우상호 자신의 입을 통해 나온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바로 국민의당과 통합하려는 진짜 속내인 것이다. 내 정치를 하겠다. 당과 정부와 상관없이 자기 정치만 하겠다. 그런데 당원과 지지자들이 가만히 참고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핵심은 당을 이루는 중심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누가 당의 주인인가? 의석을 가진 정치인들인가? 아니면 당비를 내며 투표권을 가지는 당원들인가? 우상호의 주장은 다시 당을 자신들 정치인들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주인은 원래 당을 이루던 정치인들이다. 원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함께 몸담고 있었던 정치인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주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더불어민주당이고 여당이고 청와대도 그런 자신들의 정부여야 한다. 당원들이 그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든 전혀 상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굴욕을 참아야 했었다. 감히 당의 주인인 정치인들이, 더구나 국회의원들이 당원과 지지자의 성화와 압력에 무엇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의당이 돌아오면 당내에서도 다수파가 되어 당원을 무시하고 자기들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운동권이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운동권 지도부라는 것이 거의 이런 식이었었다. 정작 다수를 이루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지 수단으로 도구로 오로지 객체로써만 여기고 이용하려 한다.


그렇게 국민의당이 좋으면 지금이라도 탈당해서 국민의당으로 가던가. 국민의당과 함께하는 개혁이 옳다 여긴다면 당원들도 이렇게 반발하는데 나가서 국민의당과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 옳다. 이런 것이랴 말로 프락치다. 내부의 배신자다. 한창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와중에 화해해야 한다. 타협해야 한다.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야당은 적대입장을 거두지 않았는데 멋대로 양보만 하다가 추경도 결국 물건너가고 말았다.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가? 당과 정부, 그리고 당원이란 우상호 의원에게 어떤 의미인가?


쌍욕하려다가 애써 억눌러 참는다. 전혀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 발전하거나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과거 자신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자기들이 있던 그 자리 그대로. 기껏 여기까지 힘들게 왔더니만 다시 당을 원래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 자기들에게 편하니까. 자기들에게 그것이 훨씬 더 익숙하니까. 강물은 흘러가는데 배만 그 자리를 지키려 하면 그대로 휩쓸려 떠내려갈 뿐이다. 배가 제자리를 지키려 해도 옛물결이 아닌 새물결에 자신을 맡겨야 한다. 시대는 흘러가는데 여전히 낡은 지난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있다. 머리가 늙으면 답이 없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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