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회사가 망해가는 상황이면 일단 사장부터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임원들은 모두 자리에 없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거래를 따고 자금을 만들려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될 것이라면 이런 상황에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런 건 별 책임없는 말단직원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다. 자기 회사이고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직원들인데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손놓고 있는게 말이 되는가.


바로 리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면 아무것도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안정되게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절실하게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상황을 변화시켜야 하고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설사 아무 효과가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겨야 하는 때가 있다. 발버둥이라고도 하고 발악이라고도 한다. 풀을 건드리면 놀란 뱀이 뛰쳐 나온다. 풀숲에 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뱀이 뛰쳐나오게 하려면 일단 풀숲을 건드려야만 한다.


미숙함이 있었다. 혼란도 있었다. 그만큼 급하게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해가 바뀌고 대화를 제의해 왔다. 일단 대화의 물꼬가 열렸으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어내야 한다. 어차피 북한의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모르지 않는다. 그래봐야 어차피 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알면서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평창 동계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고 아주 작더라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아무것도 않는다면 그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남북 단일팀,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한다고 더 좋을 것도 없고 하지 않는다고 더 나쁠 것도 없다. 그런데도 해야 한다.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합의하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해냄으로써 국내와 국제사회에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북한 자신이 자초한 결과로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렇더라도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모습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더이상 북한을 믿을 수 없을 뿐 이로 인해 무언가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비판하는 쪽에서도 결국 반기게 될 것이다. 결과는 나중에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고 그 다음은 하늘에 맡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고서 결과는 그 이후에 맡긴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결국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지금 자신의 노력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진짜 나쁜 것은 아무것도 않는 것이다. 차라리 결과가 나쁘다면 반성도 할 수 있고 다시 바로잡을수도 있다. 아무것도 않으면 결국 다시 바로잡지도 못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마저 지지하는 이유다. 설사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그랬어도 나는 한결같이 지지했을 것이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절박함이야 말로 남북문제의 본질이다. 그만큼 북한 핵문제는 당면한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중대사안이다. 하지 않는 것이 문제지 무어라도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것이 리더의 책임이고 역할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끌려가지 않으면서 중심을 지키고 있다. 역시 잘하고 있다. 내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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