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 말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이 시시각각 독일의 국경으로 밀고 들어오자 히틀러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동부전선에서 힘겹게 소련군을 막고 있던 한 줌 남은 전차전력까지 모두 긁어모아 서부전선에서 역습을 가함으로써 연합군으로 하여금 강화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아르덴대공세, 달리 '발지대전투'라는 영화로 유명한 작전이었다. 당연히 실패했다.


물론 자유한국당에는 당시 독일군보다 더 많은 전차들이 있다. 전투기가 있다. 심지어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와 경향마저 가세하고, 파업을 통해 경영진이 교체된 MBC와 KBS마저 힘을 보태고 있다. 기존의 보수언론들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지지율만 무려 70%에 육박한다.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50%를 넘어선다. 이대로는 지방선거에서 아무 희망도 없는 상황에 아주 작은 돌파구라도 비집고 만들어야 한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빌미만 있으면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려야 한다. 이른바 김기식, 드루킹 특검 대반격작전이다. 그러나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시 독일군의 마지막 힘을 끌어모은 야심찬 계획이 결국 허무하게 좌절되고 만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그냥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전선이 아예 붕괴된 상황에서 단일전장에서의 승리로 전세를 뒤집는다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가능성도 희박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그냥 망상이었다. 그래서 설사 아르덴대작전에서 독일군이 승리했다고 해서 계속해서 밀려드는 연합군의 물량을 막아낼 역량이 당시 독일군에 있었는가. 무엇보다 동부전선에는 그보다 더 무서운 소련군이 그나마 버티고 있던 전력마저 뒤로 빼낸 결과 독일로 밀려들고 있던 상황이었다. 조중동도 과거의 조중동이 아니다. 한경오도 과거의 한경오가 아니다. MBC, KBS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국민이 보기에 김기식이나 드루킹이나 그렇게 중대한 결정적 사안이라 보기 어렵다.


그냥 금감원장 하나다. 야당이며 언론이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도 여러차례 뉴스로 보도되었던 국회의원의 관행이었고, 그나마 위법으로 판명난 것도 기부금액이 너무 크다는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특검까지 갈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국민이 더 잘 안다. 드루킹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뉴스의 행간만 읽어도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권 주변을 떠도는 수많은 개인이나 단체처럼 대통령 당선을 도운 대가를 바라다가 결국 거절당하고 그에 앙심을 품은 경우에 지나지 않았다. 언론과 야당만 불을 지피지 그래서 정작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거의 흔들림이 없다. 카미카제로 구축함 몇 척 격침되었다고 이제 와서 미군이 일본 본토를 앞두고 배를 돌릴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달려들어야 하는 이유, 유시민이 그런 점에서 비유를 아주 잘 들어 주었다. 그동안 굶주렸으니까. 한 사흘 굶고 나면 땅에 떨어진 과자도 맛있게 주워 먹을 수 있다. 흙이 묻었든 침이 묻었든 상관없이 그저 맛나기만 할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설마 정치를 하면서 이대로 손놓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무거라도 붙잡고 상황을 타개하려 시도라도 해봐야 하는데 새삼 그 대상을 가릴 여유같은 건 이미 야당에는 없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는 그마저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문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나서고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헛힘을 빼는 것이다. 설사 김기식과 드루킹을 가지고 특검까지 간다 해서 야당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특검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미 4월과 5월에 세계적 스케일의 큰 이슈가 정부와 여당 앞에 벌써부터 예고되어 있다. 세계적인 스케일이면서 우리에게는 역사적 스케일이다. 100개 사단과 천 대의 전투기가 밀려들고 있는데 좁은 골목 하나 차지하겠다고 가진 모든 전력을 투입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새삼 언론들의 민낯을 다시 확인하면서 옥석구분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어차피 언론 믿고 대통령된 것도 아니엇을 것이다. 장외투쟁까지 나섰는데 보람도 없고 의미도 없고 알아주는 이도 없고. 그렇다고 여기서 발을 빼자니 그동안 너무 깊숙이 들어온 탓에 뒤로 물러서기도 힘들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위지일 것이다. 원래 들어가서는 안되는 곳이었고 들어갔으면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가 버렸다.


의미없는 공회전이다. 그나마 자유한국당에게 유리한 점이라면 그동안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면 민생을 볼모잡는다 비난하던 언론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도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거나 말리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그 알량한 특검을 위해 자유한국당이 볼모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괜히 지지율이 그대로인 것이 아니란 것이다.


참 애잔하기도 하다. 저렇게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인가. 그 대단하던 조중동도 고작 이런 찌꺼기나 물고서 발광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 바가지 물에서 버둥거리면서 그래도 살아나려 발버둥치는 가물치를 보는 것 같다. 성질만 사나워서 가까이 가면 발광을 하는데 그래봐야 물은 말라가고 기댈 곳은 사라져간다. 그래서 홍준표를 지지한다. 김성태를 지지한다. 유승민과 안철수가 바로 우리편이다. 항상 기쁘게 보고 있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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