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에 대한 두 가지 여론이 있다. 하나는 이명박근혜 감옥에 보냈으니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은 끝났다. 어차피 민주당과 별 차이도 없는데 민주당에 대한 대안으로 지지해도 좋겠다. 그리고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년간 자유한국당 정권이 해 온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 과연 두 가지 주장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래서 내가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다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해 온 일들을 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 당연히 뉴스를 보았으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명박근혜 감옥에 보낸 것으로 자유한국당은 책임을 다 한 것이다. 한 마디로 그들에게 그런 일들이란 고작 그런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를 사유화하며 벌어진 모든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위들도 그들에게는 고작 그런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밖의 문제에 대해 자유한국당도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라면 자유한국당이 저지른 저같은 행위들을, 더구나 아직도 반성은 커녕 진상규명마저 훼방놓으려는 뻔뻔한 행위들에 대해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원래 성향이 그쪽이다. 헌법이든 민주주의든 상관없이, 불법이나 부정이나 비리나 전횡 등에도 전혀 아랑곳않고 그들을 지지할 수 있다. 대부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부분들 때문에 지지하지 못한다. 아니 심지어 그런 자유한국당이 집권할까 하는 두려움에 떠밀리듯 투표하기도 한다.


바로 그런 차이인 것이다. 저들에게 헌법이나 민주주의는 그런 정도의 가치다. 사회적 가치나 정의와 같은 것은 고작 그런 정도의 의미인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우선한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무엇보다 우선한다. 원래 반공이데올로기라는 것도 그랬다. 공산주의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적대감이 저들이 저지른 온갖 적폐들에 눈감게 만들었다. 반페미니즘을 위해서라면 그것도 상관없다. 이명박근혜를 다시 석방하자는 인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이명박근혜를 감옥에 보낸 뒤이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그것이 그들의 성향이니까.


예전 누군가 물은 적이 있었다. 보수는 저렇게 쉬운데 진보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보수는 본능이니까. 그냥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그래서 논리가 필요없다. 굳이 더 깊이 더 넓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 같은 것도 필요없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의 주장 가운데 무리한 것도 아주 없지는 않다. 아니 적지 않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째서 그런 주장들이 나오고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가. 그래야 논쟁이 된다. 그래야 경쟁이 된다. 그래야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자정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눈감고 귀막고 닥치고 감정만 쫓으면 남는 것은 증오라는 감정 뿐이다. 워마드와 메갈이 왜 문제인가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싫으니까 싫다. 미우니까 밉다. 일베는 그러면 왜 문제인 것일까?


나는 원래 젊은 층의 양심과 이성에 대해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참여정부 당시 어느 대학생에게 들은 말이다. 민주주의 따위 개에게나 주라. 그래서 이명박근혜 정부가 탄생했다. 한국사회에서, 특히 젊은 층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란 어쩌면 그런 정도에 지나지 않는지 모른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젊은 층들에게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가지는 가치란 이전 세대와는 그만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여성주의자가 미우니 반헌법도 반민주주의도 상관없다. 전혀 아랑곳않는다. 그런데 그런 주장들마저 존중해주어야 할 이유가 나에게 있을까?


항상 하는 말이다. 자살도 권리다. 자아가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판단할 수 있기에 파괴할 수도 있다. 민주주의이기에 국민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그 민주주의도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다. 그것이 그들이 바라는 미래라면. 그래서 또 항상 말한다. 1987같은 건 처음부터 필요없었다. 괜한 짓을 한 것이다. 저런 헛소리들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다. 도대체 선배들은 뭣한다고 그리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어가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것일까? 고작 이런 정도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 것을.


반페미니즘을 앞세운 반민주 반헌법적인 저들의 주장을 보면서 다시금 회의하게 된다. 어느 영국기자의 말은 너무나 아픈 적확한 진실을 꿰뚫고 있었는지 모른다. 돌고 돌아 반페미니즘을 위해서는 반헌법도 반민주도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다. 오히려 그것을 대안으로 정의로 여길 수 있다.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장미도 아름다울 수 있다. 정말 현실이 뭣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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