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축옥사 전까지만 해도 동인과 서인이 서로 못죽여 안달인 사이는 아니었었다. 호남에서만 천 명 넘게 죽어나갔었다. 동인의 인재들을 씨가 마르다시피 했었다. 거의가 동인들에게는 동문이었고 한 집안 사람이었다. 원한이 작을 리 없었다.


그래도 북인이 몰락하고 나서 서인과 남인은 함께 인조반정에 참여한 것도 있어서 어느 정도 타협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전히 정권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조정 안에서 이루어지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상대의 씨를 말리겠다는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문제는 숙종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몇 차례 상대 당파를 아예 피로 씻으며 조정의 주류를 교체했던 이른바 환국정치였다. 이때 죽어나간 사람들이 이후 각 당파의 주요인물들에게 스승이었고 집안의 어른들이었다. 아예 직계 존속이 희생된 경우도 있었다. 원한은 원한으로밖에는 갚을 수 없다.


노빠들이 자유한국당을 증오하는 이유다. 아니 노빠 뿐만 아니라 민주화 과정을 지켜 봐 온 대부분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에 적대감을 가지는 이유다. 그나마 김영삼이 3당합당으로 민주화의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합류한 탓에 그래도 많이 누그러진 것이 이런 정도다. 아예 호남에서는 자유한국당에 투표하는 유권자가 없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나온 바른미래당도 외면받을 뿐이다. 왜? 그만큼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괴로워 했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노빠들이 원한을 가지는 대상이 있다. 바로 민주당내 비주류다.


열린우리당 시절 열린우리당 당권파가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어떻게 했는가를 기억한다. 그로 인해 노무현 전대통령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고 고통을 받았었는지. 그로 인해 아예 당에서 내쫓기는 수모를 당했고, 과거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정면으로 대통령을 공격하는 치욕도 겪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노무현 전대통령과 그 주변을 샅샅이 훑으며 수사할 때는 민주당 안에서까지 노무현 전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놈들은 같은 편이 아니다. 같은 정부를 꾸렸던 동지도 무엇도 아니다. 그래서 민주당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다며 진보정당과 손을 잡은 것이 아마 참여계일 것이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서며 그를 지지하기 위해 결집했을 뿐 그 대부분은 여전히 민주당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당시 주역들이 안철수와 함께 거의 탈당해서 국민의당으로 간 지금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저놈들을 믿어서는 안된다. 철저히 경계하고 응징해야 한다.


이재명으로 인한 논란이 아예 당에 대한 불신과 비토로 이어진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다시 열린우리당 시절로 돌아갈지 모른다. 민주당 내의 비문 반문들이 다시 열린우리당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으려 할 지도 모른다. 이번 만큼은 절대 자신들의 대통령을 잃을 수 없다. 잃어서는 안된다. 차라리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칠 비문과 반문을 견제하기 위해서 자유한국당에 표를 준다. 당내 비문과 반문을 약화시키기 위해 자유한국당 후보에 표를 주어 당선시키려 한다. 혹시라도 비문과 반문의 편에 선 혐의만 있어도 추미애든 최민희든 표창원이든 조응천이든 가리지 않고 난도질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수 있다면 우리가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어쩌면 민주당이 둘로 갈라진다면 바로 이들 때문일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분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같은 지지자들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증오를, 불신과 원한을 자극하는 정치자영업자들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바로 그런 감정적인 부분이다. 원래 서프라이즈에서도 가장 호응을 받던 것은 누가 적이고 누가 나쁜 놈인가 지적하며 저격하는 글들이었다.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적대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공격해야만 하는가. 개버릇 남 못준다. 그렇게 드루킹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중심으로 세력을 모으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지지자들의 그같은 잠재된 부정적 감정들을 이용한다. 저놈이 적이다. 저놈이 나쁜 놈이다. 그러니 몰아내라. 자신을 중심으로 뭉쳐서 철저히 몰아내라. 그래서 상대가 억울하게 비난을 받고 밀려나면 그 원한은 누구에게로 향하겠는가.


벌써부터 그로 인해 조금씩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지도부를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공격하는 것이 정당한가. 단지 자기들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비문이네 반문이네 낙인찍고 린치를 가하는 것이 정당한 행동인가. 문재인 한 사람만이 아닌 민주당까지 보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동은 너무 지나치다. 굳이 그들이 비문과 반문에 가지는 원한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그들의 감정이지 내 감정이 아니다. 무엇보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민주당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다. 오로지 친문. 오로지 친문인 당대표와 원내대표와 그리고 장차 공천에서도 친문의 후보만을 강요한다.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난동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행위에 심지어 이적행위마저 거리끼지 않는다. 내가 주인이다. 우리가 주인이다. 아주 난장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살 길을 찾아 당을 떠나는 이들도 생겨날 것이다. 야당들에 기회가 있다면 바로 그때다. 누가 당에 분란을 만들고 누가 당에 내부총질을 하는가. 이미 이재명 사태로 그 정체는 드러난지 오래다.


아무튼 논리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감정은 설득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이 지지자들에게 남긴 그늘은 매우 짙고 깊다. 아직도 당내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친문입네 비문입네 과거 행적들까지 들추며 감별사 행세를 하고 있다. 나름 절박한 행동이겠지만 이미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 전체가 줄서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를 기반으로 선거에서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은 큰 승리를 거두고 있었다.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호가호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자신들의 입지와 이익을 위해 선동하는 일부 인간들은 도저히 용서못할 쓰레기다. 민주당에 가장 큰 불안요인이 있다면 바로 그것일지 모르겠다.


일단은 지켜본다. 하긴 그래도 그런 극단적인 지지가 절대 다수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재명의 선거결과에서도 그것은 드러난다. 극단적인 것은 항상 일부였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하다. 사람이 문제다. 사람의 마음이 문제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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