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대한 첫고발이 있었을 때 사실관계에 대해 의심하는 것까지는 너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아직 확실한 증언이나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먼저 단정짓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직 무고인 것이 밝혀진 것도 아닌데 고발자에 대해서까지 단정짓고 심지어 비난까지 하는 것은 역시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위일 것이다. 피고발자에게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면 고발자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정도 사실관계가 밝혀지고 그에 대해 당사자가 이미 인정한 뒤임에도 여전히 그런 정도가 어떻게 성폭력이냐 따져묻는 것은 어째서 그들이 미투에 대해 그토록 부정적인가 이해하게 만든다. 어째서 펜스룰로 여성을 자신의 주변에서 밀어내려 애쓰는지. 한 마디로 여성들이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이라 지목하여 고발한 그 내용들이 자신들이 그동안 거의 일상적으로 저질러온 행동들이었다.


이를테면 연기지도를 한다며 모텔로 불렀다. 여자가 모텔까지 따라왔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이 남성의 당연한 욕망 아니겠는가. 영화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집이 멀다는 이유로 스태프인 젊은 여성의 집에 묵게 되었다. 남자를 자기 집으로 들였다면 여자에게도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여전히 떠도는 도시전설, 진짜 여자가 싫다고 해서 손만 잡고 잤더니 박력없다고 차였다더라. 그건 그 여자의 잘못이다. 여성도 감정이 있고 욕망이 있으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괜한 오해로 먼저 나섰다가 실수라도 저지르면 자기만 손해인 것이다. 이런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펜스룰이다.


아무튼 대부분 남성에게 여성들이 미투라 고발한 내용들이 자기들 상식선에서 그럴 수 있는 행동들이라는 것이다. 모텔로 유인해서 여성의 옷을 벗기려 했던 것도, 화장실까지 따라갔던 것도, 그럼에도 여성의 거부에 멈췄으니 잘한 것이다. 사과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니까 지난 몇 달 동안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해도 피해자의 주변을 샅샅이 뒤져 거짓으로라도 피해자를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 욕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가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면 보라 가해자가 무고했던 것이다. 피해자가 악의를 가졌던 것이었다. 참고로 밀양여중생성폭행 사건 당시에도 가해자들은 당당했었다. 피해자가 합의했으니까. 끝내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었으니까. 물론 그때도 피해자의 탓을 하며 비난을 하던 인간들은 넘쳐났었다.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러니 여러 적지 않은 문제들에도 미투에 대해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나 관행으로 관습으로 일상으로 그와 같은 일들이 저질러지고 은폐되어 왔는가. 그런 정도를 가지고 어떻게 신고하고 고발하느나 윽박지르며 묻어 왔었는가. 오히려 피해자가 주변으로 떠밀리고 주위로부터 도망쳐야만 했었다. 그리고 내세우는 것이 고작 펜스룰, 여자를 배제하자. 사실을 고발한 피해여성이 문제가 아니라 고발당할 행동을 한 당사자가 문제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못난 여자들 때문이다. 자신들만 알지 못한다.


원래 다수 남성들은 처음부터 미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핑계야 무고가 많을 것이다. 미투 가운데 상당수는 무고일 것이다. 아니 전부가 무고여야 한다. 지금도 그래서 끊임없이 무고를 찾아내려 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안희정 전지사와 관련해서도 피해자를 린치한다. 조민기가 자살한 것을 핑계로 도리어 피해자들을 테러한다. 정봉주는 핑계다. 이제 미투는 끝났다. 끝나야만 한다. 너무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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