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남성들의 미투운동에 대한 저항이 거세다. 하긴 전부터 그랬었다. 명백히 밝혀진 성범죄에는 하나같이 분노한다. 그러나 사실이 밝혀지기 전 여성이 신고한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부터 한다. 혹시나 무고는 아닐까. 악의를 가지고 그러는 것은 아닐까?


확인된 범죄의 경우 그것은 특정한 범죄자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그것은 남성 전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종의 거세공포다. 여성들이 남성을 위협한다. 여성들로 인해 남성이 궁지로 몰리고 가지고 있던 것들마저 빼앗길 수 있다. 먼저 성문제를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보기 시작한 것은 남성 자신이다. 남성 자신을 위해 여성들의 성문제 고발을 저지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정확히 민주당 지지자와 한국당 지지자의 구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서지현 검사의 경우만 해도 그를 대리한 변호사의 전력을 문제삼으며 의도를 의심했었다. 검찰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도 특히 똑똑하고 말 잘하는 네티즌들에 의해 그같은 의혹이 마치 사실처럼 떠돌고 있었다. 그러니 불순하다.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인정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어떻게든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어준과 오달수는 그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되어 주고 있었다. 미투운동에 어쩌면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무고한 남성을 곤란에 빠뜨리려는 악의가 숨어들지 모른다. 심지어 뉴스프로그램에서 피해자를 자처한 인물의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낸 자체를 문제삼는다. 인터넷 댓글에 대한 배우 오달수의 반응이 나온 시점에 그에 반박하는 당사자의 인터뷰를 내놓는 것이 무에 그리 잘못인가. 당장 MB와 관련한 보도 가운데서도 사실무근이라 주장한 인터뷰를 다수 내보낸 바 있었다. 그래서 MB쪽에서 사실이라 확인해주지 않았다면 그같은 인터뷰들도 내보내서는 안되었다는 것일까.


뉴스의 첫째목적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을 우선 보도해서 그를 통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뉴스는 경찰이 아니다. 검찰도 법원도 아니다. 이같은 주장이 있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와 관련한 자료와 근거들이 있다.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도 특검과 검찰의 수사에 이은 법원의 재판에서 결론지어지지 않았는가. 어째서 뉴스가 거기에 대해서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배우 오달수 쪽에서도 그 인터뷰가 잘못되었다면 그에 대한 반론을 내놓으면 된다. 반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때 따로 비판하든 고소하든 하면 된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원래 군사독재정권에서도 그랬었다. 지난 9년 동안에도 그랬었다. 언론은 얼마든지 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을 뉴스를 통해 보도할 수 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대한 반론이나 반박은 그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것을 언론의 자유라 부른다. 자유를 억압할 때 항상 내세우는 논리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을 먼저 따지고 행동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먼저 자유를 누리고 단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바로 자유라는 것이다. 억압을 당연시한다. 너무나 도덕적이고 너무나 정의로운 말들로 언론이 자신들의 통제에 따라야 함을 정당화한다. 의도가 무엇인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자신들이 보기에 불편하다.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뒤집으면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비율을 보면 분명하다. 성범죄 무고의 사례와 실제 성범죄의 사례, 그 가운데서도 실제 성범죄가 있었음에도 처벌받지 않았거나 아예 신고조차 하지 못한 경우들의 비율이다. 어느 쪽이 더 압도적인가. 우세한 정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단지 남성의 일이기에 성범죄 무고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다. 따라서 미투는 여성의 문제다. 남성은 대상이다. 그것이 지금 다수 남성들의 입장이다. 그러므로 남성을 위해서 어떻게든 미투를 흠집내려, 약점을 잡으려, 약화시키려, 그런 점에서 김어준은 큰 일을 했다. 원래 성향이 그렇다. 김어준을 진보라 분류하는 사람은 전혀 잘못 보고 있는 것이다. 오달수는 그런 다수 남성들을 대변한다. 오달수는 억울해야 한다. 오달수에 대한 고발은 무고여야 한다. 이미 결론은 내려졌다. 오달수의 입장이 발표된순간 피해자는 오달수를 무고하게 음해하려는 가해자로 결론지어진 뒤다.


아무튼 재미있다. 결국은 성기일 것이다. 그들이 그토록 미투의 대상인 남성들에 자신을 이입하려는 이유다. 성범죄의 원인은 다름아닌 남성의 성기다. 남성의 욕망이다. 그것을 거세하려 한다. 그들의 위기다.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정말 남자가 하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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