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건데,


이번 시험에 만점을 맞을 자신이 있다. 등수가 크게 올라 어쩌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벌써부터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을까? 주위에 말해서 알게 하고 싶을까?


오히려 성적에 자신이 있으면 평소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일부러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경우마저 있다. 그래야 성적이 나왔을 때 더 주위를 놀래킬 수 있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높일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티를 내는 사람은 결과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도 주위에 보여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오히려 결과에 자신이 있으면 굳이 자기가 일하는 것을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혹시라도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때라도 묻을까 애지중지 꽁꽁 감추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슬쩍 알려서 도움을 구한다. 사람의 이기심이란 그렇다.


한동안 조용하던 특검이 고 노회찬 의원부터 시작해서 언론플레이에 목숨을 거는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나올 것이 없다. 기껏 특검이라고 임명되어 수사를 하기는 하는데 결과를 내놓을 자신이 없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있는지도 모르게 특검이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철저하게 권력의 핵심까지 불러가며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 내가 놀고 있지 않았다.


당장 김경수 도지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관이 스마트폰으로 자신들에 대한 언론보도부터 신경쓰고 있었다. 오히려 김경수 도지사나 그 윗선에 대한 수사에 확신이 있었다면 보안에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정식브리핑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자신들의 성과를 확신을 가지고 전할 수 있었다면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언론에 일일이 시시콜콜하게 수사과정과 내용들을 알리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장 작년 있었던 박영수 특검을 떠올려 보자. 언론이 난리였지 특검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주장해 왔었다. 뽀띠라는 필명을 들은 순간 이미 모든 전말을 꿰뚫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 그냥 한 과대망상증환자에 놀아난 수많은 추종자들과 그럼에도 그 추종자들에 대한 미련으로 냉정히 외면할 수 없었던 정치권의 현실이 만든 헤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권순욱이든 이동형이든 이른바 팟캐스트 운영자들을 조심하라는 이유다. 조그만 힘이라도 생기면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든 사용하고 싶어 한다. 그것이 현실과 부딪혀 어긋나며 지금처럼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아무튼 실체도 없고 무언가 밝혀낼 명확한 정황이나 증거도 없다. 오로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범죄자인 드루킹과 그 일당들에 의해 짜여진 일방적인 주장 뿐이다. 그것만 가지고 김경수든 누구든 엮어넣을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니까 결국 아무 결과를 못내더라도 자기들이 놀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기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알리바이다. 더구나 특검법을 통과시키려 그토록 애썼던 야권 정당과 정치인, 언론들에 대한 면피성 변명이다. 그러니 이제 끝내자.


나올 것이 없다. 처음부터 실체도 없었고 밝힐 것도 없었다. 드루킹이 병신이었고 그를 추종한 수천명이 병신이었고 그에 낚인 정치권과 언론도 병신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병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웃으며 지켜본다. 심각해지면 지는 것이다. 당장 특검부터 전혀 심각하지도 진지하지도 않다. 재미도 없다. 그냥 헤프닝이다. 날만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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