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테베에는 신성부대라는 이름의 동성애자로 이루어진 정예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고작 300명 정도였는데 바로 이들의 힘으로 군사강국이던 스파르타를 전투에서 물리치고 그리스의 패권을 잡고 있었다. 당연하다. 일부러 병사들의 전우애를 북돋기 위해 자살부대까지 운용하는 경우마저 있는데 이들에게 전우란 곧 목숨바쳐 지켜야 할 연인이기도 했던 것이었다. 물론 신성부대라는 이름 만큼이나 이들이 군사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여러 배려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바로 인류에게 동성애가 필요했던 이유다.


자연상태에서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다른 남성은 경쟁자일 수밖에 없었다. 여성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남성은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으로 남기고 싶어 하고, 여성 역시 어떻게든 더 우수한 남성의 유전자를 받아 더 유전적으로 훌륭한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연에서도 보듯 그같은 경쟁은 동성간에 파멸적인 투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그나마 다른 종들은 경쟁자와 싸워 이겨서 물리치는 정도로 끝나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가지는 잔인성은 그런 정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당장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학살들만 보아도 그렇다. 신체적으로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한 부분이라고는 지구력 하나밖에 없던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개체수가 줄고 집단이 해체되면 인간의 생존 자체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동성간 경쟁은 하면서도 집단은 해체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한 마디로 번식을 포기한 일벌들과 같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벌집 안에서 혹시라도 여왕벌의 수명이 다하거나 해서 더이상 번식을 할 수 없게 되면 일벌 가운데 로얄젤리를 먹고 일벌을 생산하는 개체가 나타나게 된다. 일벌이라고 아예 번식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종의 유지와 번성을 위해 다수 일벌들이 생식을 포기하고 단일 개체의 생식을 돕는 식으로 진화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개미는 바로 이 벌로부터 진화한 곤충이다. 집단을 유지하는데 있어 경쟁자일 수 있는 번식가능한 개체만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그들이 안정적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개체 또한 존재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를 위해서 생식기관 자체가 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테지만, 그보다는 성적인 역할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의 경우 바로 이들을 통해서 생식을 하고 번식을 꾀할 수도 있다.


어째서 인간의 유전자에 동성애 유전자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최근의 이론이다. 여성에게 있어 남성간의 경쟁은 더 우수한 유전자를 고르기 위한 선별의 과정일 뿐이다. 남성의 입장에서도 여성의 경쟁이란 더 생존에 유리한 후손을 남길 수 있든 개체를 고르는 과정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성의 경쟁에 직접 관여하여 중재에 나선 경우가 매우 드물다. 오히려 그것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같은 극한의 경쟁으로부터 번식할 남성과 여성들을 보호하고 보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동성애의 유전자를 가진 남성과 여성들은 동성인 다른 남성과 여성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자로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애정의 대상으로 여겨 보호하려 애쓰게 된다. 그리고 그런 동성애자들의 동성에 대한 애정을 통해 번식을 위한 극한의 경쟁 가운데서도 더 많은 개체들이 효과적으로 보호받게 된다. 어쩌면 이들 동성애자들로 인해 인간은 그 혹독한 환경에서도 집단을 유지하며 개체를 번식시켜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었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상 벌써 오래전에 인간은 경쟁으로 인해 자기 손으로 자기 종을 절멸했을 가능성마저 높다.


그러니까 동성애란 인간이라는 종에게 있어 아주 자연스런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여러 성소수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일반적 개체들과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는 만큼 동성과 경쟁하지 않으면서 집단을 유지하고 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 성소수자의 유전자도 인류의 번성과 함께 지금까지 널리 유전되어 온 것이었다. 성소수자에 있어 인종의 차이란 없다. 민족의 차이도 없다. 인종이 갈라지기 전부터 인간에게는 성소수자의 유전자가 전해지고 있었다. 어째서 왜 그런 것일까? 이성과의 일반적인 성행위가 불가능한 특성이란 번식에 있어 매우 불리한 조건일 텐데도. 하지만 분명 아주 오래전에는 동성애의 유전자를 가진 개체와 가지지 않은 개체가 나뉘어 존재하고 있었을 것임에도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 개체들은 동성애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중이다. 어느 쪽이 더 생존에 유리했겠는가. 물론 그럼에도 자연상태에서 동성애 유전자가 발현되기란 매우 확률이 낮은 편이다. 어쩔 수 없이 동성애자 자신은 번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을 테니.


어느새 잊고 있는 것이다. 과거 남성을 사랑한 남성들이 위험한 사냥터에서 어떤 식으로 같은 남성들을 지켰었는지. 여성을 사랑한 여성들이 어떻게 같은 여성과 아이들을 보살피고 도왔었는지. 그렇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의 후손들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집단이 그동안 너무 커졌으니까. 동성간의 경쟁이란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개체수도 들었고, 굳이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그를 대신할 윤리와 가치가 생겨났다. 망각의 산물인 것이다. 병도 죄도 악도 아닌 그냥 망각이 그들의 소중함을 잊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들에게 크게 빚져왔다. 물론 아직 가설이다. 나는 지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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