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딸 문다혜씨가 정의당 당원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하긴 유시민 작가도 딸 유수진씨도 정치성향이 상당히 다르다. 사실 이게 정상이다. 가족이라고, 혈연이라고, 친구라고, 동문이라고, 동향이라고 정치성향까지 같을 필요는 없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또한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서로 다름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정당에 가입한 상태에서 다른 정당에 가입하거나 새롭게 정당을 창당하는 행위는 명백히 해당행위라 할 수 있다. 일단 당적을 내놓고 난 뒤에 당을 옮기고 창당도 해야 도의적으로 옳은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심지어 공동대표까지 지냈던 사람으로써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대표를 비난하다가 뛰쳐나가 당을 차리고 정치인까지 빼갔던 안철수가 그리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닐 테지만 말이다.


다수 당원들이 반대하는 통합이었다. 대표 자신도 통합은 없을 것이라 약속한 바 있었다. 충분히 반대의견을 수렴한 정당한 절차를 거친 통합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반대의견을 배제하고 찍어누르고 찬성의견만을 모아서 밀어붙인 통합이었다. 그러니까 자신들은 도저히 이같은 통합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반발해서 차라리 당을 쪼개서 나가겠다 선언한 것이었다. 안철수가 끝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가 새로운 당을 만든 명분과 아주 유사하다. 결국 안철수 자신도 문재인 대표를 받아들이지 못해 당을 쪼개서 나간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최소한 당이 쪼개지는 것이 싫었다면 당시 문재인 대표가 그랬듯 반대파를 설득하려는 노력 정도는 보여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없었다. 그리고 그를 대신한 안철수의 대답은 다수 당원에 대한 일방적인 징계였다. 무작정 나를 따라오라. 따라오지 않으면 징계하겠다. 차라리 어차피 생각이 다르고 길이 다르면 그만 놓아주라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태도가 더 민주적으로 여겨진다. 이해가 가는가. 과거 새누리당에 몸담았던 인사가 최소한 정당정치에 있어서는 더 민주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어이가 없는 것이다.


하기는 당연하다. 2007년 차라리 당시 대통합민주신당보다 한나라당이 더 낫겠다는 생각마저 가지게 한 것은 그나마 대통합민주신당보다는 더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여겨졌던 한나라당의 모습 때문이었다. 김영삼 이후 제왕적 총재가 사라지고 여러 계파가 공존하면서 이회창과 박근혜 등에 의해 여러차례 혁신을 시도하면서 한나라당은 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정당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에 비해 새롭게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자며 시작한 열린우리당마저 당권을 쥔 몇몇 인사들에 의해 오히려 더 퇴보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도 잊지 않는다. 정동영과 김한길 등 당권파가 당시 당권을 장악하며 저지른 패악을. 그래서 더 용서하지 못할 사람들이 지금 민주당에도 적지 않다. 안철수가 누구로부터 정치를 배웠고 누구와 정치를 함께 해오고 있었는가. 아, 그러고 보니 뛰쳐나간 민평당도 그다지 선량한 피해자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리 그래도다. 아무리 그래도 차라리 출당시켜달라는, 그것도 한두명도 아니고 백수십에 이르는 당원들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중징계라니. 그런 짓은 이명박도 박근혜도 감히 저지르지 못했었다. 차라리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으로 불이익을 줘도 자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예 무더기로 징계를 내리고 무력화시키지는 않았었다. 국민의당 당원이 도대체 몇 명이라고. 그 가운데 징계를 받을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최소한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정치인 가운데 이렇게 무도한 일을 저지른 경우란 아예 없다시피 했다. 도대체 정당을, 당원을 무엇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그러고보면 자기 돈으로 차린 정당이라 주장했던 것도 웃기다. 정당을 만드는데 자기 돈이 쓰였어도 공당이란 대표 개인이 아닌 당원 모두의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국민의당이 자기 소유이기라도 한 것처럼.


과연 이런 인간이 혹시라도 대통령에 당선되기라도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듯하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지만 어차피 국정이라는 게 반대 절반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일 터다. 국정이 아니더라도 한 집단의 리더라면 최소 절반은 반대자와 비판자를 함께 아우르며 같이 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사사건건 반대하고 발목을 잡고 비난을 듣는 가운데도 그것을 모두 아우르며 함께 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하는 것도 억누르고 무시하고 그리고는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중징계를 내려 응징한다.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권한은 그보다 더 크다. 그러니까 이명박이나 박근혜도 한 번도 이렇게까지 했던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의원수도 적지 않은 원내 제 3당의 대표라는 인간이. 그런데 대통령까지 되었다고 생각해 보라. '무릅팍 도사'에 출연한 것을 보고 이상한 놈이라 여겨 처음부터 끝까지 싫어하게 되었던 나 자신이 대견하게 여겨질 정도다.


원래는 그다지 비판할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은 아니라 여겼었다. 더욱 대선이 끝나고 알아서 몰락해 주면서 더이상 위협이 안되는 그냥 정치개그맨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뭘 해도 문재인 정부다 더불어민주당에 위해가 안되는 인간이다. 언론이 애써 편을 들어주어도 언론의 신뢰성만 해치고 말 뿐이다. 그 정도로 대선 이후 안철수가 보여준 행보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다하다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이런 와중에도 안철수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갈 무렵 친문패권을 부르짖던 언론이 조용하다는 것도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안철수는 무섭고 언론은 우습고. 이런 인간이 알아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가 자멸해 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울 뿐. 이런 인간이 그동안 유력 대선후보로 대중의 지지까지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민주평화당을 따로 차려 나가려는 통합반대파를 동정하느냐면 당연히 그런 것은 아니다. 딱 2014년 말부터 자신들이 해온 짓거리를 고스란히 돌려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철수가 그런 인간인 것을 몰랐는가? 몰랐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았다면 더 멍청한 것이다. 누구를 믿고 누구에게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가를 전혀 몰랐다. 당장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면 그것으로 끝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래도 그 가운데는 어차피 불가능했을 국회의원 배지도 한 번 달았으니 다행이라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 다행이라 여길지 모르겠다. 


아마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유승민은 대표지만 안철수는 아니다. 사람을 가린다. 대표라 불러주기에도 인간의 격이 한참 떨어진다. 그런데도 유력 대선후보라고 대중으로부터, 아니 정확히  다수 언론의 지원을 받아왔었다. 그것도 대표적인 진보언론들이 안철수 대통령만들기에 앞장섰다. 지금도 들리지 않는 친안패권주의. 2014년 이후 문재인과 지금 민주당에 쏟아지던 저주를 기억한다. 새록새록하다. 그냥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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