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대중들부터 사법시험을 그리 대단하게 여긴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로스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다. 사법시험도 치르지 않은 법조인을 인정할 수 없다. 사법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면 반드시 실력이 떨어질 테니 인정해서는 안된다. 하물며 그나마 합격자도 적었던 시절 판사가 되고 대법관까지 된 사람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고 남들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이루었다. 그런데 어딜 감히. 아무리 판사라도 법을 어겼으면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아직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정작 피의자인 판사들이 판사로서의 권위를 앞세워 잎장을 표명하는 것은 도리를 저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랑곳않는다. 왜? 자기들은 판사니까. 그것도 대법관을 감히 검찰이 수사해서는 안되니까. 누구도 자신들을 수사해서도 심판해서도 안되니까. 법을 판결하는 자기들이야 말로 법 위에 있다.


법원이 신성한 것은 그들이 법을 지키기 때문이다. 판사를 예우하는 것은 그들이 올바르게 법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법을 지키지 않고, 판사가 올바로 법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탄핵한다. 국회의원도 법죄사실이 밝혀지면 체포당하고 수사도 받는다. 오로지 법원만 무소불위의 치외법권이다. 수사도 하기 전에 자기들이 판결을 내린다. 수사받기 싫으면 처음부터 잘못을 하지 않으면 된다. 의심받을 짓을 하지 않으면 된다. 아무리 대법원장과 행정처가 아무도 모르게 저지른 짓들이라 해도 명색이 대법관인데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을까. 침묵한 것은 누구이고 동조한 것은 누구인가.


그동안 선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다. 어차피 이제 수사가 시작될 테니 지켜보자는 생각이 더 강했었다. 하지만 이것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그렇게 가르쳤을 것이다. 그렇게 주위에서 떠받들었을 것이다. 결국은 가정교육의 문제다. 애새끼들 버릇 잘못 들여놓으면 인간이 저렇게 된다. 처음부터 근본이 썩은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이번의 사법농단이 괜한 일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공직비리수사처가 더욱 필요해지는 이유다. 검찰도 아닌 제 3의 기관이, 그것도 사법부의 상층부를 직접 상시적으로 감찰하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그나마 이 사회가 마지막 기대던 정의의 보루가 바로 사법부였다. 양심있는 판사들이 그래도 법에 근거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 줄 것이다. 법원은 스스로 그 자격을 부정했다. 도대체 이명박근혜 정부는 어디까지 이 나라를 망쳐놓은 것인가. 끔찍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