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는 이른바 드루킹 특검의 본질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핵심은 드루킹 일당이 저지른 불법댓글조작이고, 따라서 과연 그같은 불법행위가 정치권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가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 특검의 목적이었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그와 같은 불법들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누군가의 사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수사하겠다는 특검에서 무엇보다 당도 다르고 독자후보까지 냈었던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가 무슨 큰 문제라고 온 언론에 터뜨리고 있었던 것인가.


물론 법을 어겨가며 정치자금을 받은 것은 잘못했다. 하지만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참작할만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유독 노회찬 의원만을 문제삼을만한 부분도 아니다. 괜히 여론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던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정작 자살한 노회찬 의원을 동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도 아닌 야인 신분이었다. 예비후보였다고는 하지만 정치가 직업인 사람이 국회의원 자격을 잃고 야인으로 있으며 강연회 등으로 겨우 생활도 하고 정치활동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때 지인이 돕겠다고 정치자금을 건넨다면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따로 변호사든 뭐든 일정한 직업이 있어 그 수입으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상관없는 이야기인지 모른다.


그래서 단지 과정과 절차의 문제일 뿐 대가성은 없었던 것인가. 경공모 차원에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청탁이나 로비가 이루어진 정황은 있는가. 그래서 경공모에서 문제가 된 댓글조작과 노회찬 의원이 받은 불법자금이 얼마나 연관이 있는 것인가. 그냥 저인망식으로 훑다가 하나 걸리니 앞뒤 가리지 않고 터뜨린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는 변명을 붙인다. 경공모가 정치인들에게 불법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으니 그를 이용해서 협박하거나 로비한 정황은 없는가 살피겠다. 그것이 먼저였다. 그 사실부터 먼저 밝히고 나서 노회찬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여부도 밝혔어야 했다. 특검은 검찰이 아니다. 법으로 정해진 범위 이외의 수사는 월권이다. 하물며 그것을 망신주기식으로 언론에 터뜨리며 개인을 압박하고 있었다.


사실 특검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정식 수사관이 아니다. 특별한 사안에 대해 법까지 따로 정해가며 특별하게 임명하는 수사관이다. 대개 자원자 가운데 뽑는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사안에서 그것을 자신을 위한 어떤 기회로 삼으려는 이들이 나타날 수 있다. 법리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명성이나 어떤 사회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진실마저 취사선택할 위험마저 있다. 하물며 시작부터 명확한 혐의점 없이 정치적인 논리로 시작된 특검이었다. 뭐라도 성과를 보이려는 욕심이 이런 사단을 일으킨 것은 아닌가.


특검이 그런 식으로 몰아가듯 사실을 터뜨리지 않았다면 사실 노회찬 의원으로서도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던 사안이었다. 마치 드루킹과 관련해서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온 언론을 동원해 몰아가고 있었다. 그냥 어려운 처지에 지인이 주겠다는 정치자금을 거부하지 못한 것 뿐이었었다. 그마저도 양심의 가책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냥 그런 사실이 있었다. 그러므로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진다. 대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한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사람잡는 게 원래부터 목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처음부터 뽀띠 같은 놈에게 현혹되어 몰려다닌 그 인간들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괜한 헛소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몰려다니며 권위를 실어준 것이 지금과 같은 사단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드루킹 일당은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런 드루킹 일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특검까지 만든 인간들도 한통속이다. 알맹이라고는 없는데 없는 알맹이라도 만들어 채워 넣으려니 이런 사단이 벌어진다. 법을 어긴 것은 분명 잘못됐다. 하지만 불법자금을 받은 것이 죽을 죄는 아니다. 반성할 놈들은 아니다. 썩은 놈들일수록 더 오래 산다. 아픈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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