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대통령은 안되겠고, 그러나 국회의원은 마르고 닳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은 인간들끼리 내각책임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자기들이 권력을 가지겠다 벌써 아우성인 모양이다. 원래 지난 대선 직전부터도 그랬었다. 다음 대통령을 낼 수 없을 것 같으니 의석을 기준으로 정권을 나누자. 어차피 대통령은 물건너갔으니 이미 확보한 국회의원 의석을 가지고 권력을 나누어 갖자. 그런데 과연 그 권력이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 1장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은 경선단계에서부터 각 정당의 당원들과 지지자, 그밖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들이 모여서 다수의 여론을 모아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그러고도 각 당에서 내놓은 후보들끼리 경쟁해서 국민에 의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되어 있다. 그에 비해서 국회의원은 어떤가. 국회의원 공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무엇보다 대통령은 헌법차원에서 견제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고, 더구나 혹시라도 대통령으로서 그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다 싶으면 탄핵을 통해 해임할 수도 있다. 대부분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도 그래서 의회에 책임을 물여 해산할 수 있는 권한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국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연동형비례대표제 좋다. 권역별비례대표제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공천과정이다. 공천과정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공정하게 유권자의 의지가 반영되어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러니까 충분히 유권자의 의지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써 적절한 공천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래서 자칫 자격이 없는 인물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임기 4년 내내 유권자는 그를 참고 인내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국회의원에게 이제는 내각에 대한 책임과 권한까지 쥐어주려 한다. 그저 지역 잘 만나서 아예 선거운동마저 필요없이 당선되기도 하는 현실에서 그런 국회의원이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려 한다. 상식적으로 그런 것이 말이 된다 여기는가.


어째서 국민들이 그토록 대통령중심제의 폐해를 몸으로 겪고도 정작 국회의원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에 부정적인가 생각해보면 그 답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다. 아무리 그동안 대통령들이 개쓰레기였어도 그나마 국민이 경선과정부터 개입해서 직접 표를 주어 선출한 대통령이기에 국회의원보다는 믿을 만하다. 아무리 추악하고 악독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임기가 제한되어 있는 대통령 쪽이 임기의 제한도 없는 국회의원보다는 더 참을 만하다. 그래봐야 이명박도 5년, 박근혜도 채 5년을 채우지 못했었다. 여야의 자칭 중진이라 불리는 인간들 선수가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 그들이기 권력을 쥐어주었을 때 과연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내각책임제든 이원집정부제는 하고 싶으면 방법은 한 가지다. 공천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정의당은 자격이 있다. 모든 공천을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의 직접투표로 결정하고 있다. 지역구는 물론 비례대표까지 당원들의 직접투표에 의해 후보를 결정하여 출마케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그동안 차마 돌아보기도 싫을 정도로 얼망이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이던 시절 혁신안이 통과되면서 많은 부분 개혁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너무 많다. 지난번 총선처럼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공천이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여당이라도 그런 정당에 국정의 일부분을 맡길 수는 없다. 하물며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다. 도대체 그렇게 당당히 권력을 나누자고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정치인 유시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한결같이 그를 지지했던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당비를 내는 당원이 직접 선거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상향식정당정치다. 사실 바로 그것 때문에 유시민이 이념적으로도 맞지 않는 통합진보당에 몸을 담았던 것이기도 했었다. 민주당에서는 도저히 그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없다. 아예 이루어질 리도 없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안을 두고 한창 시끄러울 때도 그래서 유시민은 냉소섞인 부정적 전망을 말하기도 했었다. 그 당은 그렇게 바뀔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당원이 정당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정당이 당원을 주인으로 떠받들어 모셔야 한다. 그것이 참된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말로는 너무나 당연한데 현실에서는 너무 어렵다. 겉으로 보이는 제도상으로는 그것이 이루어진 듯 보였단 통합진보당조차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이 또한 유시민을 좌절케 했었다. 내가 지금도 유시민을 안쓰럽게 여기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국 정치가 조금만 더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지금도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을 불신한다. 아직도 열린우리당시절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던 상향식정당정치를 정면으로 거부했던 이들이 더불어민주당 안에 적잖이 남아 있다. 확실하게 공천을 받고 당선도 될 수 있는 계파끼리의 나눠먹기가 그들에게는 더 편하고 더 유리하다. 그렇게 계파를 중심으로 서로 이합집산하며 유권자나, 심지어 지지자들과 상관없이 계파끼리의 이해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진다. 정당안에서만 그런 것도 이렇게 짜증나는데 국정에서까지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일본이 내각제 해서 지금 어떤 모양이 되어 있는가.


그래서 그나마 국회가 권력을 나누겠다 주장하는 정당들 가운데 유일하게 정의당만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낙 대중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얼마 없어서 소수 지도부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을 뿐 시스템적으로 정의당은 오로지 당원들에 의해서만 모든 중대한 사안들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당비를 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들이 정당의 주인이 되어 모든 결정에 직접 관여한다. 정의당이라면 유권자의 의지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


하여튼 같잖은 것들이다. 되도 않는 것들이 욕심만 많아서 주제도 모르고 허튼 꿈을 꾸려 한다. 그나마 의석이 많다고 그것을 밀어붙이고자 한다. 하지만 정작 개헌은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어도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확정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이 거부하면 부결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소극적인 것이기도 하다. 하고는 싶은데 어차피 국회를 통과해도 국민이 거부할 것이다. 그나마 아주 바보는 아니라고 할까. 토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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