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기부터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지지자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었던 것이 바로 '실용'이라는 단어였다. 바로 노무현 정부가 추구하던 개혁에 대한 안티테제였다. 그러니까 굳이 기존 보수정당이나 언론과 싸우며 무리하게 개혁을 추구하기보다는 실용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과 될 수 있는 것들과 해야만 하는 것들만 대화와 상생을 통해 이루어야 한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안정적인 개혁을 위한 모임, 안개모였다. 아마 지난 총선 당시 유시민의 입을 통해서 이 이름을 많은 사람이 듣게 되었을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되다시피 했던 이유였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또 국민과 약속했던 것은 국정의 개혁이었는데 이것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진보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그런 노무현 전대통령을 내버려두고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에 예쁨받고 여전히 보수적이던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자 실용을 앞세워 오른쪽으로 도망쳐버린 것에 있었다. 그때 정동영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의 당권파가 유시민을 공격하던 논리가 딱 지금 김진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문빠들이 예전 친문정치인들을 비난하던 논리와 거의 비슷했다. 이제는 조기숙 교수가 주장한 구좌파라는 레토릭을 바로 이들 예전 친문정치인들에 뒤집어 씌우고 있는 중이니. 예전이라 하는 이유는 그 대부분이 지금 문빠들에 의해 공적으로 정의되어 집중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다. 하필 서프라이즈 출신 권순욱 등이 앞장서서 그런 주장을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김진표를 중심으로 보다 보수적으로 야당과의 상생과 협치로 나가야 한다. 딱 당시 정동영과 김한길 등 열린우리당 당권파들이 주장하던 내용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부분들이 당시 서프라이즈에서도 분열의 단초가 되고 있었다. 정당 개혁부터 삐그덕거렸고, 정부의 여러 정책들은 정작 여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추동력을 잃었다. 정작 여당이 점잖게 뒤로 빠져 있는 사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만 보수정당과 언론에 난타당하고 있었다. 그런 때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려 나섰던 것이 정치적 경호실장이라 일컬어지던 유시민 등이었을 텐데 그들에 대한 정작 여당의 대우는 어떠했는가.


이재명이 말한 노무현 전대통령이 실패한 이유는 저들 보수정당과 언론을 사람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는 한 마디가 그리 시원하게 들렸던 이유였다. 이재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당시 대부분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 말에 환호하고 있었다. 하긴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이재명이 싫으니 이재명의 말도 틀렸다. 그래서 김진표다, 야당과도 상생할 수 있고 협치할 수 있는 민주당내 구좌파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정치인이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그런 기준에서의 비판도 슬금슬금 새어나오고 있다. 원래 문재인 정부와는 이념적으로 맞지 않았던 지지자들이다.


그냥 옛날 생각을 떠올리고 말았다. 정치라는 단어 자체에 혐오감을 가지게 된 이유였었다. 아주 저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내가 서프라이즈 출신이라면 일단 색안경부터 쓰고 보는 이유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었고. 서프라이즈를 통해 뭐라도 해보려 꼼지락거리던 인간들이 그때도 그리 많았었는데. 그래서 보다 보수적이고 야당에 친화적인 김진표가 당대표가 되어 당을 이끌게 된다. 하긴 그래도 당시 열린우리당과는 아주 차이가 크다. 일단 당시 열린우리당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정동영이 공천해서 당선시켰다. 그래도 불쾌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더운데 짜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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