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최소한 작년 12월부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정당들을 향한 국민의 바람은 변화였다. 바른정당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수성향이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박근혜나 새누리당 정권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보수에서 벗어나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내걸고 주도적으로 이 나라를 올바르게 바꾸어 주기를 바란다. 차마 그렇다고 이념상 민주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


국민의당 지지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싫은데 그렇다고 민주당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새누리당을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바라게 된다. 새누리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치를. 새 바람을. 새 가치를. 그러므로 누구보다 국민의당이 앞장서서 나라의 바른 변화를 이끌어야만 한다. 호남은 전통적인 야권의 구심이었고 안철수는 이 사회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런데 어떤가? 과연 지금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말한대로 민주당과 경쟁하며 과거의 적폐들과 싸우고 있는가. 더 선명하게 더 적극적으로 민주당이나 청와대보다 앞서서 적폐청산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오히려 그동안의 잘못들을 - 심지어 법을 어긴 범죄들을 밝히는 과정에서 정치보복이라는 그 대상들의 언어로써 민주당과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저들과 똑같은 언어로써 민주당과 청와대가 적폐청산에 더 힘을 쏟아붓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들은 야당으로써 적폐청산에 나서는 정부와 여당에 반대한다. 바로 이제는 폐기했지만 새정치와 새희망을 앞세워 지난 총선에서 정당투표 2위의 지지를 받았던 바로 그 정당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오히려 대선이 끝나고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그래도 한때는 유력대선후보였는데, 아니 바로 직전 대선에서 20%가 넘는 득표를 한 유력정치인이 당대표로 나섰는데도 지지율이 오르기는 커녕 소수진보정당인 정의당과 비교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과거 국민의당 지지층이 진정 국민의당과 안철수에게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는가. 어째서 당시 국민의당과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제 민주당과 문재인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고 있는 것인가. 전혀 고민따위 없이 그저 관성으로, 그보다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정만으로 오로지 그 앞을 막아서기에만 급급하다. 정치인이 자기 지지층이 진정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긴 전혀 새롭지 않다. 그래서 반새누리비민주였던 것이다. 아직까지도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싫은데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고 싶지는 않다. 새누리당은 사악한데 민주당은 그보다 더 멍청해서 기대하는 자체가 의미없다. 어째서 그랬을까? 이명박이 그리 나쁘고 박근혜가 그리 문제였는데도 어째서 민주당이 그 대안이 되지 못했던 것일까? 열린우리당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 눈치라도 봤지 노무현 눈치도 안보게 된 그들은 정작 자신들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는가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니 지지층 떨어져나갈 때 대통령 탓이나 하고 당을 깨고 이름만 바꿔 새 당을 만드는 삽질을 반복한 것이다. 아직 김대중의 카리스마가 남아있을 때는 그래도 지지자들은 따라왔으니까. 그래서 어찌되었는가.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지금 자기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지자들이 좋아할지. 지지자들이 자신들에게 다시 표를 주게 될 지. 그렇다고 대중의 지지를 받을 자신이 없으니 정당을 운영하면서도 당원의 참여를 어떻게든 막으려 애쓰게 된다. 민주주의 정당이 진성당원들의 지분과 역할을 철저히 제한하려 나선다. 원래 국민의당이 떨어져나간 가장 큰 이유였다. 공천과정에서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 대중들로부터 선택받을 자신이 없는 인간들이 어째서 선거에는 나가는 것일까? 그저 필요한 것은 민주당이라는 간판 뿐이다.


그렇게 정치해온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에 둘러싸여 정치를 하고 있는 당사자다. 어차피 정치에 대한 대단한 고민같은 것은 없었을 게다. 새정치를 말하지만 새정치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신념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인내할 수 있다. 뚜렷한 목적과 지향을 가진 사람은 얼마든지 고단한 현실을 참고 견딜 수 있다. 고작 5년이다. 총선까지 고작 3년이다. 그마저도 하지 못한다. 조급하다.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그가 가진 대단한 명예와 권력 뿐이다. 그런 인간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내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지만 무엇이 새로운 보수인가 유승민 자신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냥 자유한국당 2중대다. 그나마 국민의당은 민주당 2중대도 못되고 있다. 그렇다고 대안도 되지 못한다. 민주당은 아니면서 국민의당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에 대한 반대 뿐. 안타깝게도 민주당과 문재인에 대한 지지와 기대는 여전히 높다.


농부가 땅을 볼 줄 모른다. 아니 아예 보려 하지 않는다. 물을 채워 벼를 심을 논인지, 아니면 채소를 심어 가꿀 밭인지조차 전혀 구분하지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씨부터 뿌리고 본다. 싹부터 틔우고 본다. 자신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자신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며 지지를 보냈었는지. 그러니까 그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려면 당장 무엇부터 하면 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답은 없다. 고민도 없다.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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