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행동동기는 한 가지다. 그것이 얼마나 자신의 금배지에 도움이 되겠는가. 다시 말해 자기가 공천을 받고 유권자들의 표를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재선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겠는가. 도움이 되면 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그러면 심지어 민주당 국회의원 일부까지도 사립유치원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행동하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에도 쓴 바 있지만 사립유치원들의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의원은 정작 사립유치원 원장들에 의해 낙선할 것부터 걱정한 바 있었다. 교육위는 처음이라 뭘 몰라서 폭로할 수 있었다. 이미 현실을 아는 다른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오히려 자신을 말리기까지 하더라. 다시 말해 자신의 행동이 유치원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든 자신의 당선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지역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일 것이다. 한 마디로 유치원 학부모들까지도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말 몇 마디에 당연하게 자신을 저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였었다.


당연하다. 그동안 사립유치원과 관련해서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 나섰던 정치인이 왜 없었겠는가. 지방교육청에서도 사립유치원의 문제를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해결해 보려는 시도가 아주 없지는 않았었다. 정부차원에서 그런 노력들이 있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시도들의 결과는 어떠했었는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움직이면 아이들을 맡긴 유치원 학부모들이 따라 움직이고, 그렇게 여론이 만들어지며 개혁에 앞장섰던 정치인들은 내쫓기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의지마저 좌절되고 말았었다. 차라리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아이들에게 똥을 먹이든 흙을 퍼먹이든 그저 아이를 맡아주는 것에만 감지덕지하며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하고 근절하려는 여당과 정부에 대한 반감부터 드러내는 학부모들이 벌써부터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저 조용히 입다물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갔으며 아이들 유치원 보내느라 이 고생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민주당이 독이 든 미끼를 물었다. 정부가 독을 삼켰다. 당장은 사립유치원들의 비리에 분노하는 학부모들도 결코 선거 등에서 사립유치원에 적대하는 여당과 정부의 편에 서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아이들 유치원 졸업하면 상관없는 일이 된다. 자기 아이 유치원만 졸업하면 그때는 유치원 원장들이 원아들을 원양어선에 팔아먹든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대신 유치원 원장들과는 그동안 쌓은 안면도 있고 또한 지역에 상당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니 그들의 의견에 휘둘려 투표를 하게 된다. 그동안 수도 없이 병설이든 단설이든 공공유치원을 늘리려는 시도들을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좌절시켜 왔어도 오히려 그를 도왔던 정치인, 지자체장, 공무원들만 승승장구해왔던 이유였다. 학부모들은 민주당이나 찾아가라. 민주당에나 가서 시위하라. 어차피 표에도 도움이 안 될 너희들의 주장따위 들어줄 가치도 없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권리마저 포기하고 다른 이들의 이익을 위해 나섰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그래왔었다. 유치원 학부모는 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치원 원장들의 편에 서야 유치원 학부모들의 표도 자기에게로 온다. 그러니까 작년 안철수도 당당히 유치원 원장들 모임에서 공공유치원의 증설을 막겠다 선언했던 것이다. 다만 대통령선거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리 말했어도 학부모들은 과연 안철수를 낙선시켰을까? 유치원 원장들이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 말하면 거절하고 안철수를 떨어뜨리려 했을까? 그동안 그래왔었고 정치인들도 학습으로 안다. 그러니까 오히려 권력의지만큼은 민주당을 앞서는 자유한국당에서 당당히 학부모가 아닌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편을 들고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편을 드는 것이 궁극적으로 유치원 학부모들의 표를 모으는 길이다.


그냥 누구 말마따나 개돼지다. 진짜 개돼지인지 어떤지 최소한 정치인들에게 그리 취급받는 것이다. 무엇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 누가 자기들을 위하려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본다. 스스로 주체적으로 행동하기보다 남이 하는 말과 행동에 휩쓸린다. 자기 아이 먹을 것을 빼돌린 사립유치원 원장보다 그 사실을 까발려서 괜히 유치원도 못다니게 만든 국회의원이 더 밉다. 누가 자기 아이의 몫인 정부의 지원금을 빼돌렸는가와 상관없이 그저 가까운 사립유치원 원장이 그리 말하니까 그의 편에서 표를 주고 지역여론도 만든다. 누구를 더 무서워해야 하는가? 누구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가? 내가 국회의원이라도 답은 명확하다. 그러니까 벌써부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며 나서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보다 정부와 여당이 문제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일갈은 그런 바뀌어가는 여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어차피 아이가 무엇을 바라든 상관없이 자기 욕망을 위해 자기가 바라는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이 어디에 있든 자기가 바라는 목표를 위해 아이를 다그치고 그래도 안되면 가차없이 포기하고 버리는 부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 가는 것이 중요하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출산률이 낮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는 아마 행복한 가정에 대한 기억이 대부분 젊은 세대들에게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이란 그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곳이다. 행복한 가정에 대한 기억이나 동경이 있다면 아무래도 그런 가정을 만들고 싶어진다. 


너무 나갔는데 역시나 자유한국당이 정치는 잘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치원 학부모들의 눈치는 굳이 볼 필요 없다. 그런 건 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이 편들어봐야 표를 줄 사람이 아니다. 반대로 그들을 거스른다고 낙선되는 것도 아니다. 진짜 표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가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원장들이 시키면 그리 표를 몰아주는 굳이 신경쓸필요 없는 존재들에 지나지 않는다. 찾아가서 시위해도 문전박대하는 그런 오만함은 그동안 학부모들이 보여온 행동들에 대한 당연한 보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학부모들이 뭐라 하든 내 표에 도움되는 쪽의 편에 당당히 서겠다.


어쩐지 이렇게 흘러갈 것 같았다. 자유한국당만 욕하기에는 그동안 한국 정치가 그렇게 흘러 왔었다. 지역정치가 그렇게 결정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동안 감사를 하고서도 오히려 감사를 중단하겠다는 교육청의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가? 이제는 상관없다며 손놓고 있는 당시의 학부모들이 만들었다. 지금의 학부모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현실은 냉엄하다. 언제나.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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