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고 있었다.


"더이상 계급은 없다. 국민만 있을 뿐이다."


당장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나머지 공장들을 인질로 정부의 지원을 요청 아닌 협박을 하고 있는 한국GM의 본사와 경영진의 판단과 관련한 문제들이 상당 부분 크게 불거진 터다. 노동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본사와 경영진의 선택과 판단이 지금 한국GM의 적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서 보인 행동들에 비추어 이번에도 그저 정부의 투자금만 받고 도망치려는 저의가 크게 의심되고 있다. 설사 사실이 아니더라도 진정 국가와 국민만 있을 뿐이라면 같은 대한민국에 속해 있는 정치인과 언론이라면 그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노동자들과 정부의 협상에 도움을 주려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야당이든 언론이든 하나같이 국적이 다른데도 GM의 편을 들며 노동자와 정부만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GM의 공장폐쇄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GM의 요구가 수천억에 이르는 국고의 지출을 불러오는 것임에도 무조건 노동자가 잘못했고 정부가 잘못했다. GM이 옳다. 무슨 이유인가? 원래 한국 보수가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 정확히 대기업중심경제에 있어 GM은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대기업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GM으로 인해 노동자가 곤란을 겪고 국고의 손실이 있더라도 GM의 편에서 확실히 노동자와 대한민국 정부를 찍어눌러 기업이 더 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계급이다. 인터네셔널의 시작이다. 유럽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네덜란드의 자본가와 독일의 자본가는 서로 이해가 맞는다. 영국의 귀족과 러시아의 귀족 역시 서로 이해가 맞아 떨어진다. 그러므로 미국과 프랑스의 정치인들은 같은 이해를 위해 공동의 적인 노동자의 봉기를 철저히 탄압한다. 계급이란 같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는 사회적 층위를 뜻한다.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면 결국 국적을 떠나 세계의 자본가들이 영향을 받는다. 노조를 조직하기 힘든 소규모 사업장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면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이 국적을 떠나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까 정치적 경제적으로 누구와 연대하고 누구와 같은 목적을 공유할 것인가. 1차세계대전이 결국 노동자들마저 국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기는 했지만.


국가경제를 위해서. 국가의 국민이기 때문에. 하지만 정작 저들은 그런 순간에도 자본이라는 계급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그를 위해 노동자가 아닌 해외의 자본가들과 연대하려 하고 있다. 하긴 그래서 노동자가 아닌 자본을 국적이 종속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노동자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을 국가에 종속시켜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약화시킬 수 있다. 그것도 지금으로서는 어림없다.


지금 야권이 정권을 쥐고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들이 노동자의 편에서 정책을 펴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당장 선거를 위해서는 일시저으로 양보할 수 있을 테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원래 추구하는 계급의 이익이 우선일 것이다. 대기업이 자신들을 풍요롭게 한다. 차라리 국민들은 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기업을 위해 소비해야만 한다.


참 철지난 계급론까지 꺼내게 만들고. 하지만 여전히 나는 계급이 사실임을 믿고 있다. 시민을 강하게 하는 것은 자국의 정치인이나 자본가가 아니다. 시민과 연대하는 세계의 다른 시민들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조금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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