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되었다. JTBC의 정치예는 '썰전'의 진행자 김구라가 초창기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연고전 앞에서 오징어를 파는데 자기가 고대생이라 하면 연대생들이 오징어를 사먹겠는가. 다른 경우라면 상관없겠지만 하필 연세대와 고려대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출신학교를 말한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그러므로 자신은 방송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겠다.


정파란 것이 그렇다. 누군가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한 편에 어느 누군가는 지지하지 않는 것을 넘어 반발하거나 심지어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 모든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최소한 특정 사안에 대해 선명한 자신의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을 때는 그에 대한 반발과 분노, 증오, 혐오의 감정마저도 모두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고로 그래서 내가 될 수 있으면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을 읽더라도 무시하려 애쓰고 있다. 아주 안 읽을 수는 없는데 굳이 그런 데 얽매이다 보면 나 자신의 스탠스를 잃게 된다.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다.


아무튼 언론으로서 특정한 정파, 혹은 개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이든 암묵적이든 어쨌든 천명했었다. 될 수 있으면 안철수에게 유리하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와 이후 국민의당에 더 우호적으로. 반대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대적이거나 최소한 비우호적인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물론 나쁘지 않다. 언론으로서 특정한 정파, 정당, 개인을 지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본심을 숨기고 속이려 하는 것이 문제지 솔직하게 드러내고 기사를 쓴다면 감안하고 보면 되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에 대해 독자들 역시 판단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상업적으로도 많은 언론들의 자신들의 정파성, 지지성향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같은 지향과 성향을 갖는 독자들과 함께 하겠다. 다시 말해 반대쪽에 선 독자들은 굳이 상관하지 않겠다.


실제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들 보수언론들은 굳이 진보적인 독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철저히 자신들이 쓴 기사를 소비하는 보수적인 독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보적인 독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한다 해서 그래서 크게 신경쓰거나 하는 일도 없다. 어차피 그 사람들은 가는 길이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안철수를 지지해서 문재인에게 최소한 비우호적인 기사들을 내보냈다면 문재인 지지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문재인이 아닌 안철수와 그 지지자들에게 가능성이 있다 기사방향도 그렇게 잡았다면 독자들이 그에 반발해서 구독을 거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들에게도 얼마든지 자기가 보기 싫은 기사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정파적으로 서로 달라서 용납하기 어렵다면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유이고 권리라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지지자들의 한겨레나 경향 등 진보언론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을 가하는 것은 그다지 옳다고 볼 수 없다. 아예 절독운동까지 펼치는 것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일 수 있다. 다만 독자들에 대해서다. 이미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언론을 구독하던 독자들이 더이상의 구독을 포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어라 말해서는 안된다. 절독을 선언하는 독자들을 붙잡지도 애걸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 정도 결심이 있었기에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냈던 것 아니던가. 우리는 안철수와 국민의당과 함께 가겠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에 유리한 기사를 쓰겠다. 그게 바로 어용언론이라는 것이다. 비판할 때는 비판하더라도 최대한 우호적으로 내면화하여 사안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 한경오가 과거 안철수를 위해 그렇게 했다면 유시민은 이제부터 문재인정부를 위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가?


지난 민주당 분당과정부터 진보언론들이 어떤 기사들을 쏟아냈었는가를 기억한다. 총선을 전후해서도 그들이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어떤 기사들을 내놓았었는가도 기억한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심각하게 몰락하기 전까지 그들이 무엇에 침묵했고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잘못했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충분히 언론의 권리일 수 있다. 자기가 옳다 여기는 정파성을 쫓아 그를 기준으로 삼고 사회의 정의를 위해 기사를 쓴다. 유시민이 문재인 정부의 가치를 기준으로 논평을 내놓는다 해서 누가 무어라 말하겠는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을 아는데. 다만 그렇다면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안철수에 적대적이던 독자들의 이탈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후 자신들이 내놓은 기사들에 대한 독자들의 정파적 해석과 반발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정도 각오는 있어야 언론도 자신의 정파성을 드러낼 수 있다.


안철수가 몰락한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지리멸렬한 때문이다. 그래서 괜히 문빠들 보고 칭얼거리다가 끝내 폭발하고 만다. 먼저 관계를 단절한 것은 그들 진보언론들이다. 한창 선거를 치르는데 유권자 앞에서 자기 안철수 지지한다며 오징어를 팔았는데 문재인 지지자들이 사주지 않는다 욕해봐야 꼴만 우스워지는 것이다. 냉정해져야 한다. 이제라도 선택을 무르거나, 아니면 끝까지 망할 때까지 가지고 가거나.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보인 결기대로라면 후자를 추천한다. 전자는 너무 없어 보인다. 진보가 원래 돈이 없이 가오가 없는 것이 아니었을 테니.


내가 이후 진보언론 사태에서 이른바 진보언론인들에 실망한 가장 큰 이유다. 이미 정치적으로 선택했다. 그것을 공공연히 지면을 통해 드러냈다. 그런데도 아니었다며 반대편을 붙잡고 사정하고 있다. 몰라준다며 심지어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쿨한 것 좋아하지 않는가. 벌써부터 문재인 정부 물어뜯을 준비부터 하는데 지지자들이 가만 있을까. 받아들이면 된다. 이것이 바로 자신들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어려운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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