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진보라고 다 같은 진보가 아니었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PD와 NL이 같은가고. 차라리 군사독재의 후신보다 그들에게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서로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그들일 것이다. 하물며 NL가운데서도 경기북부니 인천동부니 해서 파벌이 갈리고 그들은 결코 쉽게 화합하지 않는다. 서로 이념의 전제와 이해와 지향이 다른 탓이다. 현실에 대한 분석과 대안과 꿈꾸는 이상이 다른 탓이다. 그런데 진보라고 다 같다 말할 수 있을까?


보수와 진보가 다른 이유다. 보수가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현상유지다. 그냥 다른 것 다 따지지 말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해 온 대로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나가자는 것이다. 서로 이익을 가지고 다툴지언정 노선으로 다툴 일은 거의 없다. 반면 진보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보자는 것이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가보자는 것이다. 위험한 만큼 그에 대한 기대도 믿음도 크다. 아니라면 굳이 불확실한 가능성에 그렇게 매달릴 이유도 없다. 서로 출발점도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다르다면 그들은 이미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한겨레와 경향, 오마이 등 진보언론들은 지금의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들과 동지로 여기고 있기는 한 것인가. 멀리 노무현 정부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이야 이들 진보언론들과 서로 가는 길이 달랐었다. 노무현 역시 이들 진보언론들과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 아니 그 전의 총선에서도 한겨레와 경향, 오마이 등 진보언론들은 문재인과 문재인을 중심으로 일신한 민주당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이었다. 그만큼 홍준표보다도 끔찍히 싫을 정도로 자신들과 노선이 전혀 다른 정당이고 정치인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에도 오히려 조중동보다 더 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비판에 앞장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때로 없는 말을 지어내기도 하고,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면서, 의도적인 오보까지 내면서. 이미 그들 자신이 그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한때 같은 야권이었으니 같은 편이다? 모순된다.


굳이 멀리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냥 같은 진보라 말하는 한경오가 지면을 통해 주장하는 것들만 가만 살펴봐도 답은 명확해진다. 처음부터 한경오는 민주당과 같은 편이 아니었다. 문재인과도 같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조차 한 번도 해 본 적 없을 것이다. 차라리 안철수가 문재인보다는 자신들과 더 가깝다. 홍준표가 문재인보다는 자신보다 더 가깝다. 그것이 그들 진보언론의 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너무 착하다. 하긴 나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결국 언젠가 돌아돌아 만나게 될 사이다. 지금은 서로 등지고 외면하지만 어떻게든 같은 길 위에 모이게 될 사이들이다. 그러고보면 나도 운동권 내부의 이념투쟁같은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었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겠거니. 그러나 정작 그들 사이에서는 그런 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었다. 전쟁중이다. 적폐와의 큰 싸움중이다. 과연 그들을 믿고 뒤와 옆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현실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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