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현실이다. 외교란 오로지 서로 주고받는 실질 속에 이루어진다. 아무것도 주는 것 없고 받는 것 없는데 외교란 것이 있을 수 없다. 단순히 말로만 어쩐다저쩐다 해봐야 국제사회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유한국당에서 아무리 일본을 방문해서 아베를 만나봐야 결국 덕담이나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장 위안부문제만 해도 야당이 무어라 하든 대통령이 결정하면 어차피 국회에서 비준도 하지 않은 정상간의 약속 따위 얼마든지 파기할 수 있다. 정상끼리 한 약속이기에 정상의 판단만으로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단지 그에 대해 국회에서 반대의견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도대체 자유한국당이 일본정부와 아베를 위해서 실질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친미를 부르짖어봤자 미국정부 입장에서도 미국정부를 위해서 실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것인 한국 정부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무기도 사주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동맹으로서 자신들의 입장을 충실히 지지해주는 이상 미국정부로서도 굳이 한국정부와 거리를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국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도 아닌데 한국정부가 무언가 해보겠다 했을 때 마냥 반대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한국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정부로서도 부담이 작지 않다. 어찌되었거나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미국정부로서도 좋다. 말이 좋아 군사적 제재지 그를 위해 들어갈 비용과 물자, 그리고 정치외교적인 부담을 생각하면 조용히 말로 푸는 게 미국으로서도 좋다.


하긴 그래서 그토록 필사적으로 정권을 잡으려 하는 것일 게다. 야당인 채로는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아니 최소한 외교에 있어서는 거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시피 하다 할 수 있다.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특사로서의 역할이나 할 수 있으면 모를까 그마저 아니면 외교무대에서 정부를 반대하는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 군사독재시절 김대중만 하더라도 민주화투사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았지만 과연 실제 그것이 한국정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겠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국민을 학살하는 막장정부라도 현실적으로 해당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그것을 인정하고 오히려 이용하려 드는 것이 국제사회의 냉혹함인 것이다. 다만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 그저 국내정치용으로 사진이나 찍으려 퍼모먼스차원에서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닐까.


문재인 정부가 외교를 잘하고 있다는 이유다. 노무현과는 다르다. 노무현은 불필요하게 미국을 너무 자극했고 그래서 불신을 키웠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며 지지해 주고 있었다. 하물며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차가 되어가는데 지지율이 거의 70%다. 정통성있는 정부가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 맞춰주며 단지 일부 자기 주장만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미국에 자신을 낮추는 한 편으로 미국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가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 경로로 확실하게 미국에 인식시키고 있다. 미국에 먼저 요청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무력시위를 하고 해상차단도 철저히 하면서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일부 양보해줄 것을 협의한다. 계산기 두들겨 보면 나온다. 한국정부의 입장이 이전과 같이 확고하다면 미국 정부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


친미 위에 외교가 있는 것이다. 친미 위에 북한핵문제도 있는 것이다. 사드문제를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부분 풀어낼 수 있었던 것도 미국과의 급속한 관계개선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한미동맹이라는 든든한 토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아마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있으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가 아닐까. 미국에 대한 감정이나 인식과 상관없이 미국과의 관계는 한국외교에서 시작이자 끝이다. 그리고 그것에 성공함으로써 한국정부는 최소한 외교에 있어 날개를 달게 되었다.


아무튼 헛심 빼고 있다. 야당이 아무리 떠들어봐야 외교는 정부가 한다. 그리고 당장 외국의 정상들이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야당은 떠들 뿐이다. 그 떠드는 소리나마 누가 들어주느냐가 문제겠지만. 야당이야 무어라 떠들든, 언론이 무엇이라 헛소리를 지껄여대든 그래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외교고 능력이다.


마침내 트럼프의 지지까지 얻어냈으니 한국정부의 외교는 탄탄대로다. 북한과의 고위당국자 회담에 일본과의 위안부문제까지. 정권을 잡으니까 이렇게 좋다. 내가 청와대에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시원하다. 떠들 놈은 떠들어라. 배부르면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