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다. 맞느냐 틀리느냐도 아니다.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다.


북핵문제의 해결이 그동안 어려웠던 것은 오로지 선악의 문제로만 그것에 접근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악이다. 핵무기는 악이다. 그러므로 악을 응징하고 근절해야만 한다. 그런데 북한이 순순히 그런 요구를 들어줄까?


북한마저 악으로 간주하면 해결방법은 전쟁 말고는 없다. 북한이 안에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힘으로 무너뜨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일본 말고 그 방법을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중국과의 충돌은 국지적이라도 미국에게 부담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본다. 그러면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무기인가? 만일 북한이 아닌 북한의 핵무기가 더 큰 문제라면 북한이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는 없을까?


다행히 중간에서 문재인이 중재자 역할을 하며 트럼프에게 필요한 명분을 쥐어주었다. 트럼프가 먼저 나서서 북한에 대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먼저 동맹국인 대한민국을 통해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동안 미국이 취한 강력한 제재 덕분이며 사실상 북한이 미국의 힘에 굴복해 동맹국인 대한민국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선 모양새인 것이다. 그렇더라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북한의 체면 정도는 세워 줄 수 있다.


철저히 실리만을 챙긴다. 북한이 원하는 명분을 쥐어주는 대신 필요한 실리는 모두 챙긴다. 트럼프기에 가능한 것이다. 적절히 김정은을 예우하고 추켜세움으로써 김정은이 돌아가서 비핵화를 추진할 명분을 쥐어준다. 미국에 굴복한 것이 아니다.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대신 자신은, 그리고 미국은 비핵화만 얻어내면 된다.


2007년 대선 당시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나마 이명박에게 기대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도 사업가 출신이니 이념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다. 무엇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계산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판을 깔아놓았으니 그것만 잘 활용해서 북한문제를 풀어내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불멸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게 된다. 하지만 이명박은 더 많은 돈을 원했고, 그것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했던 트럼프와 다른 점이었다. 내가 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 내가 주인공이다.


청산유수로 진행되던 기자회견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트럼프의 머릿속에 있다. 철저히 모든 것을 계산하고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그려내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그런 트럼프의 의도 아래 움직인 장기말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란 뜻이다. 주인공은 오로지 자신 트럼프 뿐이다.


그런 트럼프를 읽었기에 문재인 대통령도 자신있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정세현 전장관도 그런 말을 한 바 있었다. 트럼프를 파악하고 트럼프의 동의와 용인 아래 그러나 그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김정은도 그런 문재인의 의도를 읽고 응해왔다.


지난 미국대선에서 트럼프를 욕하고 비웃었던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미국인들에게도 진심으로 사죄한다. 같은 사업가라도 이런 사업가라면 정치인으로서 오히려 탁월하다 할 수 있다. 선악도 정부도 없는 오로지 현실만이 존재하는 정치인이라면. 무역에 있어서는 골치아픈 상대기는 하지만.


트럼프이기에 이루어냈다. 트럼프이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단 하나 명제다. 트럼프라서 다행이다. 진심으로 우리 대한민국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