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국민이 요구한 것은 한 가지였다. 야당은 당연하고 새누리당 너희도 공범이니 탄핵으로 책임을 지라! 당장 대통령에게 더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으니 물러나지 않으면 내쫓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라. 탄핵은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에게도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 따른 책임이었다.


하지만 박지원이 그것을 권리로 만들었다. 탄핵에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탄핵에 동의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지적처럼 탄핵을 무슨 거래의 대상처럼 여기도록 만든 것이었다. 주도권은 국민과 야당에 있었는데 새누리당 비주류에게 그 주도권을 넘겨준다. 새누리당 비박이 동의하지 않으면 탄핵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며 그 책임은 야당에게 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탄핵부결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새누리당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명문을 쥐어주었다. 오히려 탄핵에 대한 책임을 야당이 더 강하게 느끼도록 판을 뒤집어 주었다. 그러므로 야당 잘못이다.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까지 모두 민주당과 문재인의 잘못이다. 


그냥 문재인이 싫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꼴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각제 개헌으로 자기들도 한 몫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요구는 아랑곳없다. 어차피 국민의 반발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잊혀지고 만다.


하긴 그동안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박지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일부가 선동한 호남홀대론에 넘어가 호남은 민주당을 버렸었다. 아예 민주당을 죽이겠다고 칼까지 들고 설친 끝에 호남은 온전히 국민의당 소유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그토록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부정적 이슈의 중심에 섰던 인사들이 지방의 조직과 지역언론 등에 힘입어 여전히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고 있었다.


국민은 개돼지다. 자기들이 하자는대로 자신들의 의도대로 얼마든지 선동과 조작이 가능한 피동적 대상일 뿐이다. 국민의 여론을 두려워하는 정파는 사실상 정치권에서 특정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은 친노 정도가 유일하다. 새누리당이든 국민의당이든 광화문 앞에서 똥을 싸도 표를 줄 확실한 지지자들을 가지고 있다. 그 습관이 그대로 간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사그라든다. 아마 같은 생각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그 결과가 지금 국민의 요구대로 탄핵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새누리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고서도 여전히 민주당 탓을 한다. 천정배는 아예 눈치가 없다. 그래서 정동영은 나이 먹으면 투표하지 말라 말했던 것일까. 이 마당에 개헌이다. 내각제다. 


압도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도 탄핵을 관철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 바로 박지원이고 국민의당인 것이다.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었고 명분을 쥐어주었다.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여기에 박근혜의 퇴진을 전제로 한 담화가 불씨가 되었다. 함정에 빠진 게 아니다. 자기가 함정을 파고 들어간 거지.


지난 총선 때부터 말했었다. 그 훨씬 전부터 안철수는 야권이 아니라고. 국민의당은 야권이 될 수 없다고. 지금 와서 가장 다행스런 것은 저들이 민주당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국민의당으로 떨어져 나간 상태다. 또 그 놈들이 문제다.


야당의 잘못이라? 정확히 말해야 한다. 국민의당의 잘못이다. 그놈들이 자기 욕심에 헛발질한 것이다. 아니 헛발질이 아닐지 모른다. 박근혜를 살려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마저 얻지 못했다면 그놈들이 멍청한 탓이다. 제 욕심에 제 밥그릇까지 차버렸다. 챙긴 게 있다면 그건 사악한 것이고. 부역자를 위한 부역자. 딱 적확한 어휘다.


탄핵은 이미 물건너갔다. 그렇게 국민의당이 만들었다. 국민의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만들어주었다. 차마 새누리당은 눈치보여서라도 하지 못할 일들을 국민의당이 해주었다. 많이 해 드시기를. 멍청한 것보다 나쁜 게 차라리 낫다. 속는 게 병신이다. 다시 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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