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백만 번 쯤 양보해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입법부가 자신의 책임을 거부해야 할 이유가 되는가. 추미애 대표의 발언으로 기분나쁘고 상처입은 것이야 단지 그들 개인의 사정이고, 정당의 사정이다. 그와 별개로 입법부로서 국회의원 개인에게, 그리고 국회 전체에게 지워진 책임과 의무는 공적인 것이다. 그러라고 유권자는 표를 주고 막대한 세금을 국회의원 자신과 보좌관을 위헤 쓰고 있다. 그런데 자기들 기분나쁘다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간다. 그것이 과연 말이 된다 생각하는가? 국회가 국민의당의 사유물인가?


더 어이없는 것은 언론들이다. 특히 한겨레와 경향은 조중동과 더불어 굳이 기사를 읽지 않아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언론이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니다.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선거에서 상대후보의 네거티브를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이다. 조작된 증거를 가지고 공당에서 공적인 성명까지 수도 없이 내놓았었다. 그로 인해 자신의 선택에 영향을 받은 유권자가 있다면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을 공당의 위계에 의해 중대하게 침해당한 사건인 것이다. 그에 대해 엄정하고 강경한 태도를 공당의 대표가 취했다고 과연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가. 오로지 문제가 된다면 그 대상이 된 국민의당 소속 정치인들의 기분이 나빠졌다는 정도일 것이다. 언제부터 언론이 야당 정치인들의 기분까지 그리 챙겨주고 있었던 것일까?


어느새 잠잠해지고 있었다. 국민의당 스스로 내놓은 아무도 믿지 않는 자체조사 이후 없었던 일처럼 언론까지 침묵하며 잊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기레기라 불리는 것이다. 한걸레라 불리고 경향일보라 불려도 전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은근슬쩍 소리소문없이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려던 국민의당 원로를, 그것도 법사위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표현이 지나친 점은 있을지 몰라도 과연 법과 정의라는 당위에 비추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만한 사안인가. 판단할 머리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민주당과 정부만 아니면 된다는 것일까.


뉴스룸이든 뭐든 언론이 조금만 더, 그러니까 양정철 전 비서관이 귀국한 사실마저 집요하게 추적해 보도할 정도의 성의를 절반만 안철수와 국민의당에 돌렸어도 이런 참담한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다. 언론이 조금만 더 엄격하고 냉정하게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바르게 이끌려 노력했다면 - 그런 주제들이 되었다면 처음부터 국민의당을 위한 받아쓰기 보도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바로 국민의당이 위기에 몰리니 반사적으로 구원에 나선다. 추미애의 발언은 녹취록조작보다 더 나쁘다. 녹취록조작도 문준용씨 취업특혜가 사실이면 큰 잘못이 아니다. 그놈들의 도덕수준이다. 대가리 수준이다. 이런 놈들이 이 나라의 언론이고 국회의원들이다.


다행히 민주당 내부는 이전과 달리, 물론 그 구체적인 사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잠잠한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에서 당권을 쥐고 있는 것은 대표 추미애가 아니다. 청와대에는 문재인이 있고, 당장 선거가 시작되면 경선에 참여하게 될 당원들이 신경질적일 정도로 엄격하게 당과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있다. 조금의 이탈도 허락하지 않는다. 괜히 틈을 노려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이야기했던 우상호 전원내대표가 아주 대단히 혼쭐이 나고 있었다. 어차피 언론은 믿을 것이 못된다. 아직도 한겨레와 경향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면. 국민이 주인이다. 당원이 주인이다. 잊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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