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한 달 내내 일해도 고작 나 하나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뿐이다. 아니 그나마 서울 시내에 방이라도 얻으려면 입고 먹는 것마저 줄여야만 한다. 그렇다고 먹고 살만큼 벌려면 자기 시간이라고는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일만 하며 보내야 한다. 하긴 보수언론을 보면 새벽에 회식하는 사람이 없으니 큰 난리라도 난 것처럼 떠들어대기는 한다. 도대체 좋은 일자리란 어떤 일자리인가.


일하는 이유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이라는 것을 하는가. 일을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작 목구멍에 풀칠이나 하자고 개명한 21세기에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 다니는 것일까? 자기 시간도 없고, 그렇다고 가정을 꾸리기에는 어림도 없고, 겨우 하루하루 먹고 살 뿐인 돈을 벌자고 미래도 없는 일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인가. 


소득주도성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임금이 너무 높다. 근로시간이 너무 짧다. 해고가 너무 어렵다. 그러므로 임금은 적고 근로시간은 길고 해고도 쉬운 그런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무슨 노동자를 일 못해서 죽은 귀신 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일만 할 수 있으면 조건이야 어떻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노동자인지 노예인지.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안좋은 일자리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100명 노예를 쓰다가 임금노동자로 바꾸면 그 수는 어쩔 수 없이 줄어든다. 그리고 그 임금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으로 소비를 하기 시작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기다려 줄 수 없다. 그냥 노예노동인 채로 내버려두자. 남북전쟁 이후 미국에서 노예가 해방되니 내쫓지 말아달라 사정하던 흑인노예도 있었다던가.


다른 건 몰라도 좋은 일자리라는 말에는 그냥 웃게 된다. 일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 최소한의 삶조차 누리기 힘들다. 이미 대한민국 경제는 여기까지 성장해 있다. 평균소득수준도 이만큼이나 올라와 있다. 그만큼 요구되고 기대되는 삶의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그것을 허락되어서는 안되는 사치다. 그놈들이 생각하는 노동자의 가치다. 인간의 가치이기도 하다.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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