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 있었다. 언론에 거의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2억 6천만이 넘는 인구에 풍부한 자원까지 가진 동남아시아의 유력국가 가운데 하나다. 사드배치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그 대안으로 출범초기부터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이 바로 신남방정책이었다. 새롭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에서 경제의 활로를 찾자.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의 인건비가 싸다고 해도 북한보다 싸지는 않다. 더구나 육로로 연결되어 있는데다가 말까지 통하니 언어장벽도 없다시피 하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만 풀리면 미국으로부터 받아낼 비핵화 보상이 모두 빈약한 북한의 인프라건설에 쓰여질 터다. 북한을 통해 중국으로 러시아로 도로와 철도와 에너지가 이어지며 생겨나는 이익까지 포함했을 때 그것이 과연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에 무시할만한 작은 일이던가.


정작 나라경제가 어렵다면서 언론이든 정치권이든 하는 말이란 최저임금 뿐이다. 최저임금 올려서 경제가 어렵다. 원래 최저임금 올리기 전에도 경제는 어려웠다. 최저임금 올리기 전에도 내수는 침체되었었고 최저임금 올리기 전에도 자영업자는 망해가고 있었다. 그놈의 규제 열심히 풀다가 오히려 자영업자들 처지만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최저임금만 낮추면 경제는 살아나는가. 그렇지 않아도 최저임금만으로 생활을 유지하기가 힘겨운데 그마저도 줄이면 경제는 더 나아질 것인가. 그러면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지만 정작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언론도 정치권도 지금으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문제다. 최저임금이 나라를 망하게 만든다.


어쩌면 저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것은 노동자들이다. 기업이 아니고, 사용자가 아니고, 오로지 노동자만이 가치를 생산한다.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시간을 길게 가져감으로써만 대한민국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침체한 대한민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는 것도 더 낮은 임금으로 더 오랜 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이 무슨 개소리인가. 노동자가 노동자인 이유는 사용자가 제공한 자본과 설비를 이용해서 정해진 가치를 반복해서 생산하기에 노동자인 것이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사용자이고 대부분의 가치도 바로 여기서 생산되어져야 한다. 그러라고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막대한 대가와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국민을 먹여살리기 위해서다. 국민이 최소한의 충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그만큼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전략을 고민한다. 땅이나 파는 전략이 아니다. 기업을 협박해서 돈이나 뜯어내는 전략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고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갈 새로운 동력에 국가적인 자본과 노력을 투자한다. 야당이야 어차피 정권잡을 생각이 없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언론으로서 과연 그에 대한 고민을 잠시라도 함께 해 본 적이 있기나 한가.


작은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북한에 가서 정상회담을 하고, 정상회담을 하면서 기업인들을 동반하여 북한의 당국자들과 인사시킨다. 권위주의 정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인간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는 것이 이후 북한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구체적인 내용같은 것은 당장 굳이 필요치 않다. 그보다는 앞으로를 보는 포석이다. 그를 다루는 언론마저 드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가 어렵다? 진짜 어렵기는 한가? 아니 어려운 것이 사실이더라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기는 한 것인가. 중소상공인의 처지를 걱정하면서 최저임금은 낮춰야 한다 주장하며 건물임대조건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아무 관심도 없다. 그래도 하도 목소리 높여 떠들어대니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인가. 그것이 전부인가. 한심한 이유다. 이제는 우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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