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썼었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한다. 설사 집안살림만 하는 전업주부라 할지라도 결혼한 이후 가사노동을 통해 바깥일하는 남편을 도왔기에 남편의 재산과 지위에 대한 상당한 지분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혼재판에서도 결혼이후 증식된 재산에 대해서는 아내가 거의 절반을 자신의 기여분으로 받아가기도 한다. 그러면 한 남자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아내의 역할과 지분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역시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의 자서전이나 혹은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옛날이야기를 보면서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나라면 저렇게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여사가 진짜 생불이거나 아니면 그만큼 문재인을 사랑해서 져 준 것이다. 힘들게 공연 마치고 온 사람에게 잔심부름이나 시키고, 사소한 사치조차도 못하게 단도리를 치면서, 공직에 있다고 하다못해 백화점 쇼핑마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요구에 완벽하다 할 정도로 충실히 따라준 것도 바로 김정숙 여사였다. 김정숙 여사가 그렇게 안에서 돕지 않았다면 정치인 문재인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활달하고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주위에 인기가 좋았던 점도 지난 대선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매주 호남을 찾아 주로 문재인 비토층인 노인들과 만나며 호남의 민심을 돌리는 첨병에 있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와의 여느집 부부와 다르지 않은, 그러면서도 드물게 다정한 모습이 세간에 화제가 되며 사람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당장 취임 초 아직 청와대로 이사하기 전 찾아온 민원인과의 훈훈한 에피소드는 정권에 대한 기대까지 높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김정숙 여사를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으로만 호칭해야 하겠는가.


오히려 여성을 독립된 인격으로 이해하고 부부관계에서 아내의 역할과 기여를 더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면 대통령과 상관없이 김정숙 여사를 영부인으로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영부인이란 영어의 퍼스트레이디와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대표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안에서 내조로써 남편의 대통령 당선을 도왔으니 그만큼의 역할과 지분을 인정해서 그에 어울리는 신분을 부여한다. 실제 대부분 영부인들은 자신의 신분에 어울리는 역할을 맡기도 했었다. 국제외교에 동반해서 여성들만의 창구를 통해 소통하기도 하고, 국내정치에 있어서도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 어렵거나 성격에 맞지 않는 행사를 직접 주도하기도 한다. 이번 청와대 앞길 개방행사에서도 김정숙 여사는 직접 시민들과 소통하며 어쩌면 사소할 수 있는 중대한 행사의 의미를 드높였었다. 그냥 남자의 아내라서가 아니다. 그만한 자격이 있다 여기기에 그런 역할도 맡기는 것이다.


영부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갈리기도 한다. 이명박 때는 그나마 언론이 모두 정부 편이라서 살 수 있었다. 만일 민주정부에서 과거 육영수나 이순자와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면 그건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필적할 대단한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예우가 필요한 자리다. 권위주의 정부의 유산이 아니라 그만한 책임과 역할이 주어진 자리에 대한 예우이기도 한 것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권위주의에 대한 경계로 영부인도 아닌 여사라 불러달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꺼려야 할 일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진보언론이다. 여성의 인권과 권리를 보다 강하게 주장하던 언론들일 터다. 하지만 대통령의 부인은 단지 남편의 아내일 뿐이다. 남편 문재인에 딸린 부속일 뿐이다. 차라리 앞으로 후보자인 남편이나 아내만이 아닌 그 배우자까지 충분히 염두에 두고 투표하라 주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혼자만의 후보도 대통령도 정권도 아니다. 오기인가, 아니면 나름의 신념인가. 과연 올바른 이념인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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