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북한은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 강경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었다. 미국은 바로 반응을 보였고 한국과는 아직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야 말로도 때울 수 있을 정도였지만 한국정부를 향한 요구는 민주정부로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미국에 대한 요구는 자국에 보도도 되지 않았지만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자국의 지면을 통해서까지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정부는 속수무책으로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핫라인도 있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문득 상상해본다. 과연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러고보면 미국에 대해 요구한 것도 한 가지였다. 그동안 자신들이 보인 성의 만큼 행동을 보여달라. 한국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이 그동안 비핵화를 위해 보인 성의 만큼 무언가 행동으로 진심을 보이기를 바란다. 무엇인가. 결국 일방적으로 북한만 양보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국내 여론에 대한 달래기다. 이를테면 계약하기 전에 요구하는 선입금같은 것이다. 당장 얼마라도 들어와야 원고를 쓰든 자재를 구입하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누구를 통해서? 미국이 들어줄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북한이 더 잘 안다.


말하자면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한 꼼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미국정부로 하여금 한국정부를 통해 자기들을 위한 선물을 들려 보내라는 요구인 셈이다. 어떤 것이 되었든 자국내 반발을 누를 수 있는, 더구나 김정은 자신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보상이면 된다. 직접적으로 제재를 풀지 않으면서도, 한국정부를 통해서 미국이 허용할 수 있는 보상이란 무엇이 있을까? 실질적으로 북한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김정은을 위해서도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할 텐데, 솔직히 나로서는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워낙 국제관계라는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터라.


물밑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것이다. 원래 남북미 삼국의 외교는 정보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행정부가 아니다. 각국의 국가원수가 정보라인을 통해 직접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통일부가 아무것도 못하고 손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면 과연 국정원과 미국 CIA와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중일까. 결국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서 판단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도 정상회담이 끝나면 북한과의 핫라인을 가동할 것이라 말한 바 있었다. 핫라인을 통할 정도면 이미 물밑에서 이야기는 끝난 상황이다.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북한 당국자가 바로 동남아시아로 떠난 것이 북한 보도를 통해 확인된 터다. 북한도 판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트럼프 역시 지금와서 판을 깨기에는 걸린 것이 너무 많다. 중요한 것은 그 중간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 북미대화를 이끌어 온 것도 중간에서 한국이 중개자 역할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아마 중국과도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중국을 거쳐서, 한국을 거쳐서, 미국을 통해서, 그리고 북한을 위해서. 그리고 바로 북미정상회담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문재인 정부를 믿는 까닭이다.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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