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에 격안관화라는 것이 있다. 한 마디로 강건너 불구경이다.


같은 동네고 이웃이면 당연히 불을 끄러 가야 한다. 설사 동네가 달라도 서로 원한이 없다면 인정상 달려가 불끄는 것을 돕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적이다. 경쟁하는 관계이고 호시탐탐 위해를 가할 기회만 노리는 원수이기도 하다. 어차피 불이 크게 나서 가만 있어도 알아서 망해주는 상황인데 굳이 나서서 무언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굳이 불끄는 것을 돕겠다고 나서봐야 혼란스런 와중에 빈틈만 노출할 테고, 더구나 급한 불을 끄고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적으로서 자신을 노리려 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을 더 키우겠다 끼어들면 괜히 그 와중에 자신까지 휩쓸릴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큰 강까지 사이에 있어 불이 번질 염려가 없다면 적당히 강건너 불구경이나 하면서 맞춰서 추임새만 넣어주면 된다.


"이언주를 공천한 책임을 인정한다. 국민들께 사과한다."


알아서 망해주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괜히 망하는 놈 돕겠다고 같이 욕먹을 일도 없고, 망하는 놈 더 망하라고 덤비다가 모양 구길 일도 없다. 전자는 어차피 똑같아 보이고, 후자는 그래도 너무 인정머리 없어 보인다. 가장 좋은 건 가만히 있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망할 놈은 망하고 찌그러질 놈은 찌그러진다. 국민의당이 아무리 발악해도 그 하는 말을 제대로 들어줄 국민은 거의 없다. 언론이 나서도 언론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안되었던 것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조용할 때는 조용해야 한다. 참고 기다릴 때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괜히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빌미만 주고 만다. 괜한 말 한 마디에 꼬투리를 잡아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 언론은 어차피 민주당의 편이 아니다. 당장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도 당이나 정치인 자신이나 좋은 꼴 보기 힘들다. 그런데 그런 통제가 안되었다. 하나같이 자기 잘난 맛에 정치하던 인간들이라 중구난방 자기 할 소리 다 하면서 당을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 버린다. 그런데 달라졌다.


일단 추미애 대표가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잘 끌어가고 있다. 그보다 사실상 선거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당원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의 대통령으로 인해 당의 지지율도 오르고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입지와 차기선거에서 당선가능성까지 함께 오르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포고 욕망이다. 그런 와중에도 틈틈이 몇몇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려 개인플레이가 시도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민주당의 본성이라 할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안다.


여성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민주당내 여성의원들마저 이번 이슈에는 침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괜히 국민의당이 알아서 망하는데 끼어들어 도매급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것은 오로지 국민의당 내부의 문제다. 국민의당 자신의 문제다. 민주당은 오로지 상관없는 타자일 뿐이다.


다 불타버리고 재만 남으면 그때 전리품이나 챙기러 가면 되는 것이다. 무기도 식량도 다 불타버리고 패잔병만 남아 있으면 그저 슬쩍 주워서 오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의당에서 주워올 것은 일반 평당원밖에 없다. 폐기물은 쓰레기통에.


잘하고 있다. 나 역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국민의당은 과연 어디까지 추락하게 될 것인가. 추락에는 바닥이 없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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