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생물학적으로는 다 같은 인간이다. 국적을 보면 한국인이고, 민족으로 보면 한민족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우리라 여기기에는 거리껴지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당장 친일파가 왜 있었겠는가? 같은 민족인데 한국전쟁에서는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었던 것일까? 차라리 북한보다는 미국이 더 가깝다. 차라리 공산주의자보다 일본인이 더 가깝다.


어째서 같은 국민인 기자가 취재 도중 중국경호원에게 폭행당했는데도 오히려 시원하다는 반응이 더 많은가? 당장 폭행을 당하고 쏟아진 한국 언론의 기사들만 보더라도 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대통령을 경호하라는 경호원이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물이기에 굳이 세금을 들여 가려뽑은 인재들로 지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가 무슨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가. 국민의 세금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어떤 당위를 가지고 있는가. 해외방문이라 경호인력도 제한되어 있는데 그 인력으로 대통령이 아닌 자신들을 경호하라 한다. 기자가 곧 국가고 국민이다.


하긴 어느 기자가 그리 고백하더라. 기자가 되어서 대단한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어느새 자기도 대단한 사람이 된 양 착각하게 된다. 자기가 쓰는 기사를 꺼리고 두려워하는 높으신 분들을 보면서 자기가 그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양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까 자신도 그들처럼 대우해 달라. 그러니까 그렇게만 대우한다면 그에 맞게 자신도 기사를 써주겠다. 문재인 정부와 이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기사를 한 번 보라. 국민이 적폐라 말하는 그들 정부에 대해 심지어 진보언론들이 썼던 기사들을 한 번 살펴보라.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어째서 이전 정부에는 순종적이던 기자들이 이번 정부에서는 목숨을 건 투사가 되었는가? 당연히 목숨 걸 일 없으니까. 문재인은 자신들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까.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특권의식만 남게 되면 사람은 어떻게 바뀌는가?


이미 모두가 아는 것이다.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기자가 중국에서 중국인 경호원에게 폭행당했다는 기사를 보는 순간 기자놈들이 또 무슨 짓을 저질렀겠구나 싶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늘 그랬었으니까. 심지어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도중에도 사고를 치던 기자놈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경호원들에겍 두들겨 맞고는 무려 대통령을 지켜야 할 경호원들을 찾고,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았다며 청와대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런 주제들이니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는 안 샜을까?


같은 국민이고 민족인데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구타당했다는데 속시원해 할 일인가? 그러면 조두순이 일본에서 맞고 왔다고 원통해 할까? 유영철이 북한에서 살인마라고 욕들었다고 분노하고 편들어줄까? 미국에서도 박근혜는 박근혜다. 차마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음이 한스러울 뿐이다. 중국도 그다지 가깝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자가 그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적과 적은 동지다. 원수의 원수는 친구다. 원래 나쁜 놈인데 어디 가서 맞고 돌아다니면 때려준 놈이 오히려 고마운 것이다. 그 경호원들이 중국정부에 속한 경호원들이었다면 상황은 또 달랐을 테지만 사설경호원이라서 크게 상관할 바도 아니다. 나가서 사고치는 놈들 안에서 못한 응징을 중국에서 대신 받는구나.


모르겠다. 아무 이유없이 두들겨 맞았는지. 그냥 생긴 게 재수없어서 모여서 뭇매를 놓은 것인지. 하지만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아무런 동정도 생기지 않는다. 괜히 공감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래도 죽지는 않았지 않은가. 기사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상처주는 기레기놈들이 조금 두들겨 맞았다고 새삼 불쌍하고 안타까운 감정 따위 들지 않는다.


누구 말마따나 자업자득이다. 그러니까 평소 잘했어야 했다. 기자가 기자다웠으면 되었다. 기자가 전혀 기자답지 않다. 기자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을 너무 일상적으로 저지른다. 기자회견장에서 제대로 된 질문 하나 할 줄 모르는 기자들이 기자증이 벼슬인 양 국내에서만 어깨에 힘을 주고 거들먹거림며 다닌다. 두들겨 맞고는 아예 더 노골화되었다. 꼴같잖은 것들이다. 과연 누구의, 무엇 때문일가? 그냥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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