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당이 정부 비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그냥 웃음만 나온다. 그래도 전에는 서로 다른 이념에 기반한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새로 법을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 타당성이나 대안에 대한 자기만의 논리와 주장이 있었다. 반대편에서야 당연히 말이 안되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일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에도 충실했었다. 그런데 어떤가.


그나마 합리적인 보수를 추구한다던 유승민조차 고작 비판한다는 게 야당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의 녹취록을 까보자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수뇌와 만나서 북한핵문제 해결을 논의하겠다는데 친서를 건넸을지 모른다는 것으로 시비를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다. 비평이라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라면이다. 최악의 가정만을 가지고 억지로 끌어다 붙여 비판 아닌 저주를 하는 수준이다. 진정 이 나라를, 이 사회와 국민들을 보다 잘 되게 잘 살게 하려는 정당들이 맞는 것인지.


하기는 대한민국 보수의 정체성은 오로지 북한이었다. 반공도 아니었다. 그저 북한 하나로 지금까지 연명해 왔을 터였다. 그런데 그 북한과의 문제가 다른 사람도 아닌 문재인에 의해 마법처럼 실타래 풀리듯 풀려가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듯 보수를 지탱하던 반북이라는 기반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설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상으 만난다는데 지금 와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겠는가. 이제는 그 잘난 유승민조차 뭔 소리를 하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 들을만한 소리를 해야 말이지.


이렇게까지 야당이 가끔 방심하면 들리는 이명 수준으로 존재감이 없던 시절도 거의 없었다. 하다못해 군사독재시절에도 군사독재에 목숨걸고 항거하던 야당정치인들이 있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든 자기만의 정의를 가진 야당이 있었고 그래서 항상 정부의 정책과 충돌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참 나쁜 사람이다. 오죽하면 유시민이 대구시장마저 먹으려 하면 정치도의도 없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었을까.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북극곰들은 갈 곳이 없다. 남극의 눈이 녹아도 그래도 딛을 땅은 남는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것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환경이 바뀌는데 적응하지 못하면 그동안 지구의 역사가 그래왔듯 멸종해 사라질 뿐이다. 제발 좀 사라져 주기를 바라면서. 문재앙이라는 별명이 이제야 겨우 납득이 간다. 화산 하나가 폭발하며 한 시대의 생물종 다수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무섭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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