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싸움은 명분이다. 보다 확실한 명분을 가진 쪽에 힘도 붙고 도움도 더해진다. 그러니까 젠더 이슈에서 명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래서 메갈이 남성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워마드가 남성들에게 절실한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메갈이다. 워마드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을 거부하고 부정하려는 자신들의 의도는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옳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 메갈이나 워마드 같은 것에 전혀 관심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그냥 그런 것은 전체 페미니즘의, 아니 여성문제의 극단적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여성들이 때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그들이 메갈이어서도 워마드여서도 아닌, 페미니스트여서도 아닌 그것이 자신들의 앞에 놓인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밤늦게 혼자 길을 가기도 두렵고, 혹시라도 길가다 모르는 남자라도 만나면 숨이 멎을 듯 무섭다. 혹시라도 몰래카메라라도 있을까 민감한 곳에 가면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까지 그러고 살아야 할까.


그러니까 구하라가 협박받았다는 동영상을 남자경찰도 볼 수 있게 하자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이 그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동영상으로 협박받은 피해자에게 모르는 남성이 자신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강요하자는 것이다. 자기들이 불편하니까. 여자들만 보는 것이 불쾌하니까. 그런데 정작 그런 주장들로 인해 피해자가 느껴야 하는 것은 불쾌감을 넘어선 공포다. 


밤늦게 혼자 길을 걷던 여성이 자기를 보고 갑자기 걸음을 빨리하더라. 기분나쁘다. 그러니까 남자인 자신은 기분나쁜데 당사자인 여성은 혹시 모를 두려움에 숨까지 멎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감정의 문제와 현실의 문제다. 단지 불쾌감과 공포의 관계다. 남자는 자기들이 소외당하고 불이익받는 것 '같으니' 기분나쁘고, 여성들은 지금 자신들이 겪는 현실들이 그저 무섭고 두려울 뿐이다. 그러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비례의 문제다. 과연 남성들이 느끼는 무고의 공포가 더 큰가. 여성들이 느끼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가. 남성들이 무고를 일상적으로 두려워해야 할 만큼 성범죄 무고가 보편적인가. 여성들이 일상에서 마음놓지 못할 정도로 성범죄가 더 일상적인가. 그래서 더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감정이 아닌 현실을 말해야 한다. 얼마나 자신이 현실에서 두렵고 절박한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어쩌면 남자들이기에 리벤지 포르노 따위 세상에 퍼져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지 모른다. 여자들 편만 들었다. 개별의 사건과 사회 일반의 문제도 구분하지 못한다.


젠더이슈에서 남성들이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딱 자기들 안에서만 통용되는 논리다. 자기들끼리만 공유하는 정서고 감정인 것이다. 현실이 아니다. 최소한 일반적인 다수에게 현실로 인정받지 못한다. 노력이 부족하다. 


내가 기분 나쁘니까. 내가 싫으니까. 내게 안좋은 것 같으니까. 동의받지 못한 쪽에도 분명 책임은 있다. 통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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