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대선을 앞둔 탄핵정국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대한 지지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반면 문재인 당시 새정연 대표에 대해서는 적잖이 비판이 쏟아지고 있었다. 너무 신중하다. 너무 느리고 답답하다.

특히 정치에 별 관심없는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정치란 그런 것이다. 개혁이란 혁명과 같다. 대통령 한 사람이 권력이란 칼을 손에 쥐고 숭덩숭덩 현실의 문제들을 잘라내고 바로잡는 것이다. 그래서 당기 이재명 시장은 사이다로, 문재인 대표는 고구마로 각각 불리고 있었다.

그냥 그 연장이라 보면 된다. 대통령 한 사람만 바꾸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는 줄 알았다. 그래도 인격적으로 훌륭한 대통령이니 한 번에 모든 것을 좋게 바꾸어 줄 줄 알았다. 그래서 바로 세상이 바르게 바뀌기를. 그런데 그것이 아니다.

언론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몰아가는 것도 있다. 조선중기 대동법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데 거의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개혁이란 그런 것이다. 정치란 자체가 그런 것이다. 평화적으로 절차와 단계를 밟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효과도 하루아침에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올리든 낮추든 그 진짜 결과는 최소 몇 년은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려면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은 지나야 구조적인 변화와 함께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었어도 나라가 한 순간에 위기로 내몰리지 않았다.

조선말 세도정치가 무려 60년을 이어졌다. 고려말 권문세족의 발호 역시 백 년 넘게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중국 명나라 역시 가정, 정통, 천계, 만력의 4혼군을 거푸 거치면서도 여전히 건재해 있었다. 신생국가도 아니고 이미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정화되었는데 무슨 대단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전과 다름없는 불법과 비리가 불거지고 공직자 개인이나 공공기관의 도덕적인 문제들이 드러난다. 이재명 이슈가 문재인과 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달라진 것이 없다. 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러라고 지지한 것이 아닌데. 문재인 개인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대통령으로서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또다른 목적과 동기가 그를 위한 이유들을 일부러 덧붙인다.

원래 전부터도 그래왔었다. 김영삼은 아닐까? 김대중은 아니었을까? 노무현에 등돌린 많은 젊은 지지자들도 비슷한 이유였었다. 이명박도 그래서 일찌감치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어차피 박근혜에게는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야 말로 이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강하게 바라고 있다.

어쩔 수 없다. 당장 여당인 민주당조차 변화를 바라지 않는 직간접적 이해당사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물며 여당 만큼이나 크고 강한 야당과 언론의 반대와 저힝까지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면서도 나조차 이리 답답한데.

쉽지 않다. 이미 보수에 의해 짜여진 이 사회의 구조 위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기란 너무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해내야 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의무다. 욕도 먹고, 비난과 조롱도 듣고, 그럼에도 묵묵히 주어진 과제들을 해내야 한다. 지지율에 신경쓸 겨를도 없을지 모른다. 새삼 미안한 생각도 든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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