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도끼 하나만 있으면 소든 닭이든 솜씨에 따라 얼마든지 문제없이 잡을 수 있다. 굳이 전기톱까지 필요없다. 괜히 비용도 많이들고 닭처럼 작은 짐승은 잡아봐야 남는 것이 없어질지 모른다. 닭잡을 칼도 하나 없는 사람이라면야 한 번에 소도 잡을 수 있는 도구를 필요로 할 수는 있다.


한반도는 아주 작다. 그나마 그 작은 한반도를 둘로 나누면 더 작아진다. 요즘 전투기들은 거의 기본으로 마하로 날아다닌다. 1초에 340미터이고 1시간이만 1200킬로미터가 넘는다. 거기에 전투기 한 대가 한 번에 몇 톤 씩 폭탄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중거리 미사일만 있어도 북한영토의 끝까지 미사일을 발사해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공군이 보유한 F-15전투기만 40대다. F-16전투기도 13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지상을 타격할 수 있는 각종 미사일 전력만 천 여 기를 훌쩍 넘기고 있다. 사거리와 탄두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숫적으로 북한 전역을 뒤덮기에 부족함이 없는 규모다. 여기에 각종 야포며 자주포, 로켓발사기까지 포함해 보자. 북한군이 보유한 무기들과 최소 두 세대 이상 차이나는 그야말로 최첨단전력들이다. 그래서 북한과 당장 전쟁을 치르면 우리가 형편없이 북한에 밀리고 말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더이상 군사력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우위를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 우위는 커녕 어느새 역전되어 압도당할 상황이었다. 심지어 당시 한국군에 비해 열세였던 각종 무기와 장비들이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남아있는 것이 북한군의 형편인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으로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군사력까지 열세라면 어떻게 한국과의 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체제경쟁에서 패배했다고 그대로 북한을 들어 대한민국에 바칠 것이 아니라면 대한민국과 경쟁할 수 있는 무엇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이 핵무기다. 핵무기를 가져야지만 비로소 대한민국에 대해 군사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으며 최소한 대한민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해질 수 있게 된다. 나름의 절박함이다. 핵무기라도 없으면 북한은 끝이다. 그렇게 북한에게 있어 대한민국과의 군사적 경쟁을 위해 핵무기는 필수지만 이미 오래전에 대한민국은 핵무기 없이도 북한을 괴멸시킬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유이고 우리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러면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사용하면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드도입을 결정했던 것 아니었던가. 킬체인등 북한핵무기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도 오래전부터 연구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에 하나의 경우 핵무기가 우리의 영토에 떨어졌을 경우를 가정해서 보복수단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전술핵재배치 주장이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북한이 두려워서 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말한 것이다. 주한미군 없이도 한국군만으로, 더구나 이번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무게에 대한 제약을 풀어주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한국군이 보유한 기본전력만으로도 얼마든지 북한을 원시 이전으로 되돌려놓을 힘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이 말한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상당히 순화해 표현한 것이다. 평양만 집중타격하면 100년 뒤 누군가 평양을 발견해도 나오는 것은 돌가루밖에 없을 것이다. 기왕에 핵무기는 이미 떨어졌는데 피해를 입고 마주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이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만일 한국군이 진짜 북한을 괴멸시킬만한 힘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는 의미있을 수 있다. 아직 북한을 힘으로 누를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기에 핵무기라는 비상의 수단을 보유해야만 하는 필연과 절박함이 생긴다. 하지만 벌써 오래전에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을 넘어 강대국에 속하는 일본과도 견주어지고 있다. 중국조차도 한국과 군사적인 대결을 벌이려 하면 상당한 피해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이다. 세계수준에서 놀고 있는 한국군에게 고작 북한 하나를 잡자고 외교적인 부담도 작지 않은 핵무기를 도입해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가 핵무기를 가진다고 북한이 사용한 핵무기의 피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이미 충분한 보복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각오하고 핵무기를 쓰는 놈들인데 우리가 가진 핵무기가 두려워서 핵무기 사용을 자제할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결국 전술핵을 보복수단으로 보유하는 자체가 북한이 대한민국과 동맹인 미국의 보복까지 각오하고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이며 그럼에도 그런 상황에서 보복할 모든 수단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


사드만 가지고도 저리 난리에 지랄인 중국이다. 핵무기는 사드와는 차원이 다른 무기체계다. 호시탐탐 핵무장을 노리는 일본 역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핵무기 하나 막자고 배치하기에는, 그것도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것을 전제로 보복수단으로 도입하기에는 여러가지로 부담스러운 부분들이 많다. 핵무기가 없다고 북한을 타격하지 못하는 것도 그들을 괴멸시키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의 피해를 입느냐가 문제지 북한을 지도에서 지우는 것은 우리군만으로도 충분하다. 닭잡는데 소잡는칼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이너마이트라도 터뜨리자는 수준이다. 중국이나 일본을 상대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못한다. 저들은 피해를 입겠지만 우리는 지워진다.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써서 우리가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난 다음 우리가 보유한 핵무기란 어떤 의미인가? 그렇게까지 절박한 요구여야 하는 것인가. 냉정해지는 이유다. 나이를 먹은 탓이다. 감정이 참 하찮게 느껴진다. 요즘 더욱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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