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올랐다. 2차세계대전의 A급전범들을 야스쿠니신사에 쳐넣으면서 일본인들이 내세운 명분이 있었다.


"도쿄 전범재판은 단지 승자의 보복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도쿄 전범재판은 승자인 연합국이 패자인 일본을 벌하기 위한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자기들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고, 더구나 연합국 역시 전쟁동안 비슷한 행위를 저질렀음에도 처벌받은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그 증거일 터다.


아니나 다를까 누가 친일파 후손들 아니라고 하는 소리가 어째 많이 비슷하지 않은가.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보다 연합국과 일본 사이의 승전국과 패전국이라는 관계에만 집중해서 이해하려 한다. 물론 연합국 군인이나 정치인 가운데도 처벌받아 마땅한 인물들이 없지 않지만 어찌되었거나 일본이 먼저 전쟁을 일으킨 이상 전쟁을 조기에 승리로써 끝내기 위한 행위로써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마저도 모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비롯한 추축국의 책임이다. 하물며 증거까지 명백한 전쟁범죄마저 그 관계로써 묻어버리려는 수작이라니.


선거에서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정확히 문재인이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에게 이긴 것이 아닌 문재인을 지지한 국민이 문재인을 반대하는 국민들과의 선거라고 하는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라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승자는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을 당선시킨 유권자들이고, 그 문재인의 행보에 환호를 보내는 국민 다수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한 지지가 야당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과반을 훨씬 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문재인은 단지 그같은 국민의 여론을 대신해서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시비를 걸려면 그런 국민들에게 시비를 걸던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국 적폐청산과 관련해서 안철수가 자기 본색을 드러냈다는 것이고, 그런 안철수를 지지함으로써 한경오로 대표되는 다수 언론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적폐청산과 관련해서 야당이 주장하는 정치보복을 그대로 옮겨 쓴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 등은 그들이 추구하는 진보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까지 가지게 한다. 하긴 80년대 치열하게 민주화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현장에 남아 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안에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겉에서 보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는 억울하다 주장하는 것이야 모든 피의자들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흔히 하는 말들일 것이다. 옮겨쓰기 전에 진짜 무고한지. 과연 얼마나 억울한지. 아예 자료에 접근조차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진짜 언론이 적폐다. 쓰레기가 쓰레기를 내뱉을 수 있어도 그 쓰레기를 고스란히 사람들 귀에 옮겨놓는 것은 언론의 책임일 테니까. 한심한 것이다. 이래도 대한민국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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