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용의자는 재판을 통해 범죄사실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간주된다. 즉 지금의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무고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의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 자체를 말아야 하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용의자에 대한 수사가 얼마나 합리적으로 법과 규정과 상식을 잘 지켜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일 터다. 이미 증거가 나왔고 증인도 확보되었다. 물론 그 증거와 증인이 반드시 용의자의 범죄사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잘못된 증거일 수도 있고 억울한 무고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수사이고 사법부의 재판인 것이다.


"억울할 수 있으니 아예 수사를 말아달라!"

"억울할 수 있으니 그 자체로 수사는 부당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으니 수사는 정치적인 것이다."


적폐라는 것은 한 마디로 현재의 법과 윤리와 상식에 비추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인데 그동안의 관습으로, 혹은 권력의 묵인 아래, 그리고 권력의 필요에 의해 일상적으로 저질러져 온 범죄들이다. 단순히 범죄로만 여길 수 없는 그 연속성과 일상성에 대해 철저히 단절하여 새롭게 바르고 깨끗한 미래를 위한 규준을 세우자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선행되어야겠는가. 법을 어겼으면 처벌하고, 윤리와 상식에 비추어 잘못되었다면 엄중히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었다.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더라도 그 모든 것은 사회의 법과 윤리와 상식에 비추어 일반의 통념에서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법을 만들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공론에 부친다. 그럼으로써 설사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절차적으로 문제될 만한 부분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근대국가의 합리성이다. 그런데 더해서 그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강간범을 처벌하는 것도 강간범과 그 가족들의 반발이 있으니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 중단해야만 하는 것인가. 전체 국민 가운데 범죄자의 수가 적지 않으니 그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도 범죄자에 대한 처벌 자체를 금지해야만 하는 것인가.


자신들도 그같은 행위들이 공개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같은 사실들이 대중들에 알려지는 것부터 강하게 비판하며 나서는 것이다. 망신주기다. 표적수사다. 알면서 저질렀다. 잘못인 것을 알면서 저지르고서 그를 수사하는 것이 부당하다. 잘못되었다. 그러니 그냥 대충 덮고 넘어가자. 잘못인 것은 알지만 문제삼지 말고 그냥 지나가자. 


똑똑한 놈들을 싫어한다. 똑똑한데 바르지 못한 놈들은 핸들이 고장난 자동차와 같다. 똑똑할수록 그래서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을 수록 더 크고 무겁고 빠른 자동차가 된다. 멍청한 놈들이 헛짓해봐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잡힐 뿐이지만 이놈들은 자기가 저지른 행위도 얼마든지 머리로 혓바닥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언제까지 '썰전'에서 박형준 하는 소리들을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딱 박형준 하는 소리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하는 소리다. 심지어 한때 야권이었던 국민의당이 떠드는 소리와도 비슷하다. 결국은 교육의 문제인 것일까. 나름대로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사람들이 하는 소리들이 하나같이 이 모양인 것은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할 지 모르겠다.


신김치를 담았던 그릇을 씻지도 않고 새김치를 넣으면 익기도 전에 먼저 시어 버린다. 곰팡이가 핀 그릇에 그냥 밥을 담으면 그 밥에도 곰팡이가 피고 만다. 그릇을 씻는 것은 그 그릇에 새 음식을 담기 위해서다. 버릴 그릇이면 굳이 설거지도 하지 않는다. 미래를 말한다. 그냥 대충 덮고 없었던 일로 하고 그냥 밀래만 바라보자. 그래서 조선건국 당시 태종이 조선건국에 반대했던 온건파 사대부들을 등용하여 왕위를 쟁취한 결과가 무엇이었던가. 대부분 권문세족이고 지주의 후손이었던 온건파사대부가 장악한 조선은 과연 처음 조선을 건국한 이상을 지키고 있었는가. 


일단 설거지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새 쌀을 담으려면 쌀통부터 씻고, 새 장을 담그려면 항아리부터 씻어 소독하고, 밥을 지으려 해도 밥솥을 씻어야 한다. 남은 밥찌꺼기들로 인해 밥맛이 이상해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으면 그냥 밥을 지어도 좋다. 미래를 말한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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