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무협이나 판타지 등의 장르문학을 보면 흔히 보이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접쇠에 대한 미신이다. 쇠를 여러 번 접어 단조하면 쇠가 더 강해지고 질겨진다. 그런데 종이 100장을 겹친 것과 같은 두께의 종이 한 장과 어느 쪽이 더 질기고 튼튼할까?


사실 접쇠라고 하는 자체가 워낙 순수하고 균일한 철을 제련할 수 있는 기술 자체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고안된 기술이었다. 원래 쇠를 두드리는 단조 자체가 쇠를 강하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에서 하던 작업이었다. 불순물이 많은 최초의 철을 두드리고 또 두드림으로써 최대한 불순물을 제거하고 쇠의 질도 균질하게 유지한다. 그런데 워낙 불순물이 많다 보니 몇 번 두드리는 것으로는 안되고 아예 쇠를 몇 번이나 접어가며 천 번 만 번 두드리지 않으면 안된다. 백련강이네 천련강이네 하는 이름이 나오게 된 이유다. 그만큼 순수하고 균질한 쇠다.


더불어 접쇠의 또다른 목적이 이질적인 성질을 가진 두 종류의 쇠를 섞는 것이기도 했다. 가장 쓰임이 많은 강철은 사실상 용융점이 너무 높아 불과 얼마전까지도 용광로에서 직접 녹여서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에 비해 탄소함유량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순철과 선철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온도에서 녹았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이것이 철기가 청동기에 비해 먼저 발견되었음에도 한참 늦게 쓰이게 된 이유였다. 순철과 선철은 기계적으로 일상에서 쓰임이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하면 일상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강철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을까. 그래서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처럼 알고 있는 바와는 다르게 히타이트의 철기 역시 아주 특수한 조건에서만 소량 생산되는 과도적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운철이 아닌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하여 도구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이때부터 인류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금속인 철을 이용해서 일상의 도구들을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수준이 강철을 만들어내는데까지 이르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접쇠는 바로 이 강철을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쓰이고 있었다. 간단한 산수다. 어떻게 1과 7을 사용해서 4를 만들 수 있을까? 대충 5라도 좋고 3이라도 좋다. 그 언저리만 만들 수 있으면 된다. 더해서 나눈다. 탄소함유량이 1인 순철과 7인 선철을 섞은 다음 두드려 하나로 만들면 전체는 4가 된다. 그냥 관념적인 수치다. 탄소가 적은 순철과 탄소가 많은 선철을 적절히 섞어 하나로 만들면 필요한 탄소함유량을 가진 강철이 만들어진다. 아예 그것을 용광로에서 제련하여 만들어낸 것이 남북조시대 중국에서 개발된 관광법이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강철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더 값싸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 단, 그만한 기술이 없다면 아직까지 보다 쉽게 값싸게 만들 수 있는 순철과 선철을 섞어 대장간에서 정련을 통해 강철로 바꾸어야만 했다. 바로 이때 만들어지는 이유가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섞이며 생기는 패턴웰디드다. 일본도에서 유명한 하몽 역시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서로 다른 쇠가 섞인 경계의 흔적인 셈이다.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철은 대부분 사철이었다. 사철이라는 자체가 광산에서 채굴하는 철광석보다 훨씬 불순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사철을 녹여 철괴를 만들고 다시 그것으로 특히 높은 기계적 강도를 요구하는 무기를 만들려 할 경우 더 많은 불순물을 빼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고도 얻을 수 있는 강철의 양은 많지 않았기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철과 강철을 같이 써야만 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더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연철을 굳이 강도를 요구하지 않는 부위에 섞어 씀으로써 비싼 강철을 절약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 과정에서도 또 재미있는 기계적 특성이 발견되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역시 현대의 균질한 구조의 단일강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다. 그렇게 힘써 접쇠하고 단조해서 아름다운 하몽까지 넣은 유명한 일본도들이 2차세계대전 당시 어떤 추태를 보이고 있었는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굳이 미스릴이네 아마타티움이네 좋은 금속 가져다가 그런 쓸데없는 접쇠씩이나 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사실 일본도 가운데서도 혈조가 없는 것이 상당하기에 이것은 미신이라 하기도 뭣하다. 어째서 사람을 찌르거나 벨 때 혈조가 있어서 더 유리하다면 어째서 역사상 수많은 도검에서 혈조가 발견되지 않는 것일까. 사람을 베는 것은 부엌에서 야채를 써는 것과는 다르다. 단장 주방에서 고기만 썰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혈조가 혈조인 이유는 사람을 베거나 찔렀을 때 그곳에 피가 고여서가 맞다. 피가 고인 모양을 보고 혈조란 말도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그것은 목적이라기보다는 결과다. 위에도 썼다. 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강철은 만들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다고. 그리고 아주 최근까지 필요한 강도를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래서다. 강도가 떨어지는 철로 충분한 강도를 내기 위해서는 일단 덩치부터 키워야 했다. 두꺼운 칼이 얇은 칼보다는 일단 더 튼튼하다. 하지만 그러면 무게까지 덩달아 늘어가기에 필요없는 부분에서 다시 철을 덜어내어 무게를 줄인다. 오히려 고대의 무기에서 더 혈조가 흔하게 발견되고는 하는 이유다. 일본도는 말한 것처럼 그 강도나 경도가 근대 이전까지 아직 충분하지 못했었다.


즉 말한 것처럼 소설에서 주인공이 얻은 전설적인 금속 쯤 되면 전혀 필요없는 기술들이라는 것이다. 그만한 금속들로 심지어 최고의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가 무기를 만든다면 그냥 현대의 도검처럼 만들면 된다. 아무 무늬 없이 은백색의 순수한 강철검으로. 참고로 실제 2차세계대전 당시 현대의 기술로 만들어진 공장제 양산검이 가문에서 가보로 물려져 온 일본의 명검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이기도 했었다. 쇠가 다른 것이다. 기술이 다른 것이다.


도대체 누가 어디서 시작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상투적으로 쓰여온 것 같기는 한데 그 시작까지는 알지 못한다. 오류가 반복된다. 실수가 재생산된다. 미신이 사실이 된다. 아주 강하게 진실처럼 여겨진다. 재미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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