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가장 큰 단점은 한 마디로 욕심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고 갖고 싶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 사실 대부분 정치신인들이 그런다. 아니 대부분 신입들이 그런 경향을 보인다. 어떤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 자기를 과대평가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현실을 알고 자신에 대해 알게 되면 자기에 대한 평가도 의욕과 함께 현실에 맞춰지게 된다. 문제라면 이제 겨우 재선국회의원에 불과한데도 그동안 대통령후보며 당대표며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만 거치다 보니 그 과정이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아쉬웠을 것이다. 거의 따라잡았었다. 언론사에 따라서는 심지어 역전한 여론조사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극표는 홍준표에게도 뒤진 3위였다. 모두가 안다.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을. 그나마 모든 언론이 한 마음으로 밀어주어서 그래도 20%넘는 지지나마 얻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는 대통령이 되어야 했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했었다. 2012년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대통령후보가 되어야 했었다. 문재인이 아닌 자기가 대통령후보로 선거에 나가야 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할 때나 당대표를 그만두었을 때나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도 그런 강박이 안철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강박이 안철수로 하여금 먹어서는 안되는 것을 주워먹게 만들고 있었다.


일개 국회의원이라면 그래도 상관없다. 그냥 장삼이사 어중이떠중이라면 아무말이나 대충 해도 어차피 사람들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나중에 조금 큰 자리로 가려면 그때나 문제가 되고 시비거리가 될 뿐. 그래도 아직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나마 아직도 야권의 차기대통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서울시장에 출마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입에서 무려 선거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선거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자기가 진 선거에 대해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과연 유권자 보기에 그런 모습들이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아니더라도 큰 사람을 연기해야 한다.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은 것도 겉으로는 통크고 관대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정작 국정원을 중심으로 경찰과 기무사까지 동원된 부정선거였음에도 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 대해 한 마디 언급하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자기 탓이고 자기가 부족해서 진 것이라고만 말했었지 부정선거를 탓하며 승자인 박근혜 정부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당하는 와중에도 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다하고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고구마라며 답답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것이 문재인이란 개인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라면 성급하게 경솔하게 허투루 국정을 운영하지 않겠다.


김기식 전임금감원장을 사퇴케 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모습들이 보여진다. 야당의 공세에 밀려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연 야당이 지적한 내용들이 실제 문제가 되는가 최종유권해석을 하는 기관인 선관위에 묻고 그 결과에 따라 김기식을 자진사퇴케 한 것이었다. 야당과 언론은 열심히 떠들지만 핵심은 야당과 정치적인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한 가지 원칙을 드러내 보여준 것이다. 법을 어겼으면 책임을 지고, 그렇지 않다면 원칙대로 가겠다. 지금 거론되는 또다른 후보가 있는데 솔직히 나로서는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편이라 평가하기가 그렇다. 아무튼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신중한데도 북한 핵문제 만큼은 이리 전격적으로 시원하게 추진하는 것을 보면 천생 대통령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론은 이제 대통령후보 안철수는 끝이라는 것이다. 2012년부터 사실 안철수는 내 안중에 없었다. 솔직히 혐오스럽기까지 했었다. 비슷한 무렵 방영했던 의욕만 넘치는 신인정치인 캐릭터를 보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안철수를 좋아하는구나 씁쓸해하기도 했었다. 정치를 모르고 정치를 바꾸겠다. 보수를 모르고 보수를 바꾸겠다. 자의식이다. 유승민도 혼자 정치해 본 적이 없었다. 아무런 지지대나 울타리 없이 홀로 바람맞아가며 정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문재인의 완성은 당대표하며 온갖 시련을 겪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할 수 있다. 사람은 바뀌지 않았어도 문재인에 대한 인정과 신뢰가 바뀌었다. 이제 그 바닥을 드러낸다. 정치인 안철수란 과연 어떤 인물인가.


최소한 아무리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그것도 자기가 직접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측근이 없는가. 자기를 따르는 정치인이 아무도 없는 것인가. 국민의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데리고 들어간 정치인만 적지 않았을 터다. 되도 않는 곳에서까지 얼굴을 팔려 한다. 하긴 여전히 많은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싫다고 될 수 있으면 밀어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시시비비도 모르고, 사리분별도 안되고, 자기 주제와 분수까지 모르면 어쩌라는 것일까. 신경쓰지 않으려도 꼴보기 싫은 것은 도저히 어쩔 수 없다. 이런 사람이 무려 유력 대선후보였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