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스트란 다른 것이 아니다. 대중이 원하는 정치를 한다. 대중이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에 옮긴다. 그런 것까지 포퓰리즘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중의 감정에 편승하여 선동하려는 것을 포퓰리즘이라 부른다.


저들이 너희를 가난하게 만든다. 저들이 너희를 불행하게 만든다. 저들로 인해 너희는 더 비참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죽이라. 너희 혼자서 죽일 수 없으니 나를 중심으로 뭉쳐 그를 죽일 힘을 만들자. 적이다. 적에 대한 증오이며 공포다.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는 가장 격렬한 감정이다.


1990년대 민주화를 쟁취하고 갈 곳을 잃은 학생운동은 더 과격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적이 필요했으니까. 학생운동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더 크고 더 강한 더 악한 적이 필요했으니까. 그것은 지금 노동운동으로 여성운동으로 이어진다. 보아라, 지금 보이는 정부가 너희의 적이다. 지금 보이는 기업들이 너희의 적이다. 지금 보이는 남성들이 너희의 적이다. 그러므로 노조가 필요하고 여성운동가들이 필요하다. 차라리 어떤 정책적 대안도 내놓을 수 없는 무능한 이들이 내세울 수 있는 선동의 메시지인 셈이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이른바 이재명 프레임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다. 항상 하는 말이다. 저 새끼들은 서프라이즈 시절에도 그랬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나쁜 놈이고, 누구로 인해 더 나빠질 것인가만을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그 누군가를 찍어내는 것만이 자신들이 바라는 개혁을 이루어내는 방법이다. 서프라이즈 안에서 적을 만들고, 민주당 안에서 적을 만들고, 그런 식으로 사방에 적을 만들며 자기들끼리 분열했다. 너희는 가짜고 우리야 말로 진짜다. 그러니까 이재명을 가만 내버려두면 민주당도 망하고 문재인 정부도 망한다고? 그래서 이재명을 쳐내기 위해서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을 공격하고 상처입히는 것이라고? 그런 모습을 민주당과 상관없는 제 3자들에 보이려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같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재명을 더욱 악마화해야 한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재명은 자유한국당보다 더한 악이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보다도 더한 악이다. 이재명이 있는 이상 민주당은 자유한국당보다 조금도 나은 것이 없다. 그래서 말하잖은가. 저 인간들은 처음부터 민주당 지지할 인간들이 아니라고. 그냥 자유한국당 지지가 더 어울리는 인간들이라고. 그러니 이재명 떨어뜨리자고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을 밀 수 있다. 

이재명은 악이다. 그러므로 악인 이재명을 비난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는 모두는 악이다. 이재명을 민주당에서 강제로 몰아내려 하지 않는 민주당네 모두는 악에 물든 것이다. 자기들은 신성한 사도다. 성전이다. 그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망가져도 상관없다.


자유한국당이 그렇게까지 교묘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러니까 서프라이즈 시절부터 반복되어 온 모습인 것이다. 쉽게 증오에 공포에 휩쓸리고 그런 감정을 이용한 선동을 정의라 착각한다. 하필 그놈들이 서프라이즈 출신이라는 것도 너무 공교롭다.


증오와 공포에 끝이 없다는 것은 그 뒤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재명 몰아내고 나면 뭐가 남는가. 상처투성이가 된 민주당에. 이미 극단으로 치닫는 민주당에 대한 혐오에. 민주당이 자유한국당보다 더 나쁘다.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이나 지지하라.


그만큼 한국사회가 천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들이 얄팍하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포퓰리스트들이 설칠 수 있는 이유다. 오로지 공포만이 순수하다. 오로지 증오만이 순수하다. 자유한국당이 가장 잘 하는 짓거리기도 하다. 엿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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