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성적인 것 좋다. 항상 냉정하게 객관적인 사실만을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그래서 남는 게 무언데?


당연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현실에서 그것을 실제로 이루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정치인들이다. 이를테면 언론인들이다. 검사나 판사 경찰들이다. 지식인들이다. 그만큼 사회와 대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감정에 휩쓸리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에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개인은 다르다. 어차피 개인은 경찰이 아니다. 특정한 대상을 수사하거나 기소하거나 재판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와 관련해서 법을 만들거나 행정조치를 하는 것 역시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 있겠는가? 바로 욕하는 것이다. 예의도 격식도 품위도 내던진 채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배설하는 것이다.


"저 놈 개새끼다!"


그것이 여론이 된다. 그것이 평판이 된다. 그마저도 금지하려던 시절이 있었다. 막걸리 먹다가 대통령 험담 좀 했다고 잡아다 고문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백성이 억울해서 나랏님 욕 좀 안 들리는데서 한다는데 뭘 어쩌라는 것인가? 차라리 조선시대에는 그같은 백성들의 원성을 귀기울여 듣는 것이 임금이 가져야 할 자세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었다. 배운 것도 없고 그래서 아는 것도 구애되는 것도 없는 백성들의 솔직한 한 마디 한 마디를 정성으로 듣고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실제 그런 임금은 역사상 아주 드물다.


몇 년 전 종영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악역으로 등장한 정기준의 말 가운데 크게 동의했던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배우게 됨으로써 오히려 백성은 어리석어질 것이다. 솔직한 감정이 가리키는 바가 있었다. 당장의 현실에서 직접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배우지 않아도 안다. 굳이 알려 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낀다. 무엇이 옳은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런데 그것을 굳이 익숙지도 않은 다른 누군가의 지식과 논리로 풀어내려 한다. 엄격하고 엄숙하게 격식을 갖추어 사고하고 행동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필경 무지렁이 백성들과는 상관없는 누군가가 만든 것일 터다.


개새끼는 그냥 개새끼다.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다. 그것으로 족하다. 대통령이고 장관이고 국회의원이고 검사고 판삭고 그같은 솔직한 대중의 직관적인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내세운 기준이 아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대중 자신이 가진 솔직한 표현에 의한 것이다. 물론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들을 필요도 인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자신들의 이익이 대중에 있다면 귀기울일 필요는 있다. 얼마나 대중을 우습게 여기는가. 대중이 욕해도 그 형식과 절차를 트집잡는다. 그러므로 대중의 비판은 자신들에게 아무 가치도 없다.


최근 중국에서 기자가 폭행당한 것을 두고 언론과 대중이 부딪히는 지점일 것이다. 대중들에게 기자란 쓰레기다. 그래서 기레기다. 그러니까 나가서 맞았어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에서 하던 것들이 있느니 결국 그것이 나가서 맞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잘 맞았다. 맞아도 싸다. 그나마 온건한 것이 그래서 맞아서 뭐 어쨌는데? 아무것도 가릴 것 없는 기자들에 대한 대중의 솔직한 속내다.


신문을 보지 않은지가 꽤 되었다. 포털 기사도 어지간하면 잘 보지 않는다. 같지도 않은 기사들이 너무 많다. 도저히 믿어야 하는가 판단이 서지 않는 기사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무작정 믿기에는 기자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런 기자들이 나가서 맞았다. 맞았거나 말거나. 결국 한국에서 하던대로 하다가 맞지 않았을까.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관심조차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원래 그런 놈들이다. 그것이 여론이 되는 것이다. 중국 사설경호원들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더 잘못한 것은 기자들이다. 그 무논리와 불합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생 그러고 살 수밖에 없다.


하여튼 너무 귀찮고 복잡한 것이다. 이러이러해서 나쁘다. 이런 점들이 이런 이유로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하지만 더 쉽고 간단한 한 마디가 있다.


"쓰레기네!"


딱 이 한 마디로 요약되는 것이다. 기자들이 중국에서 경호원들에 폭행당한 사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한가롭지가 않은 것이다. 그냥 늬들이 쓰레기다. 수많은 말들을 압축해서 이 한 마디로 표현한다. 그러니까 늬들이 맞든 말든 전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시끄럽게만 말라. 그게 바로 이 사회에서 기레기들이 가지는 의미인 것이다.


참 어려운 말들 많이 쓴다. 복잡하게도 잘도 꾸며 말한다. 진실은 그게 아닌데도. 너무 많이 배운 탓이다. 쓸데없이 아는 것만 많아 생각만 어렵게 한다. 진실은 쉽다. 그래서 때로 우습게 여겨진다. 하찮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