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시민이 썰전을 통해 이명박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주장하며 그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노무현을 죽게 만든 것이 이명박인데, 아니 설사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지은 죄가 이렇게 많은데 불구속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노빠이기 때문이다. 뼈가 아닌 영혼에 노무현을 새겼기에 유시민은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젠가 말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노무현 전대통령의 꿈을 꾼 적이 없었다. 꿈에서 노무현 전대통령과 만난 적이 없었다.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온전히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또 말했다. 아직 당시의 어두운 감정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노무현 전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당한 그날에 아직 유시민의 시간은 멈춰 있다.


그러니까 복수란 것도 완결된 어떤 행위를 전제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기에 그에 대한 앙갚음을 하려 한다. 그런데 그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정확히 당시 자신이, 아니 이 사회가 지켜주지 못했던 전직대통령으로서 당연히 누렸어야 할 권리와 예우에 대해 아직도 그 원통함과 아쉬움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썰전'에서도 내내 기회만 되면 박형준에게 묻고 있었다.


"그때 왜 그랬었어요?"

"그때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습게도 노무현 전대통령을 그렇게 만든 이명박임에도 전대통령이라는 현재의 위치에 그만 자신을 이입해 버린 것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도 그렇게 했어야 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도 당시 그렇게 예우했어야 했다. 그럴 수 있도록 자신이 지켜주어야 했었다. 그럴 수 있어야 했었다. 하지만 당시 유시민에게는 그럴 힘이 없었고 누구도 그런 노무현 전대통령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었다.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이명박을 통해 박형준에게, 그리고 당시 그 하수인과 부역자들에게, 무엇보다 아직 진실을 알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따져묻고 있는지 모른다. 어째서 당시 노무현 전대통령에게도 그렇게 예우해주지 않았는가. 어째서 당시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의 자존과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해주지 않았는가. 보아라. 이것이 전직대통령에 대한 정당한 예우이며 배려다. 물론 그렇다고 이미 확정된 범죄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 수사과정에서의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대한 자신의 대답일 뿐이었다.


아직도 유시민에게 노무현 전대통령이란 이미 지난 완결형이 아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복수가 아니라 지금도 지켜야 하고 지키고 싶은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유시민에게 정치인은 어울리지 않는다. 낭만적이랄까. 어쩌면 수많은 친노들 가운데서도 가장 노무현을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한 사람일 것이다. 죽음마저 아직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심지어 원수라 할 수 있는 이명박을 지킴으로써 지키지 못했던 노무현을 지금이라도 지키고 싶어 한다. 그때 노무현도 이렇게 지켰어야 했다. 지금도 노무현을 이렇게 지켰으면 한다.


때로 좀 짠하기도 한다. 어째서 다른 노빠들과 마찬가지로 용서할 수 없는 증오스러운 원수일 텐데도 정작 이명박의 전대통령으로서의 존엄과 명예를 위해 저토록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해하고 나면 아직 딱지도 내려앉지 않은 그 상처가 떠올라 안쓰러워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유시민이 냉정을 잃는 몇 안 되는 경우다. 남자의 사랑이란 그래서 때로 죽음보다 애닲다. 그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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