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협상 TF의 발표가 있고 미국에 대한 책임론이 상당히 크게 불거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국인에게도 이미지가 좋았던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면서 오바마 정부의 압력으로 이런 말도 안되는 협상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사실일까?


TF의 발표를 아무리 뜯어봐도 협상의 세부내용에 대해 미국정부가 개입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개연성도 희박하다. 협상의 상세내용이야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정할 일이지 주권국가들인데 미국이 이래라저래라 일일이 지시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단지 미국정부의 역할은 과거사 문제로 지나치게 소원해진 한일관계를 복원시켜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의 질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에 있었다. 점차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당시처럼 너무 소원해 있어도 곤란하다.


문제는 지은 죄가 있다 보니 당시 박근혜 정부의 사정이 무척 다급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두려움이라도 있었다면 더 신중했어야 했을 텐데 그런 것조차 없었다. 협상결과를 보고서 오바마도 얼마나 당황했을까. 설마 아무리 박근혜라고 하다하다 이렇게까지 박근혜일 줄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미 양국간에 맺은 협상을 미국에게도 이익이 되는데 무르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찌되었든 한일관계가 복원되면 태평양에서 더욱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것을 누구를 욕할까?


그냥 박근혜가 박근혜였던 것이다. 뒤의 박근혜는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다. 차마 다른 표현을 써보려 했는데 어떻게 해도 상상을 뛰어넘는 멍청함과 무책임을 표현할 단어가 적절치 않아서. 기레기가 기레기한 것이나, 홍준표가 홍준표한 것이나, 박근혜가 박근혜한 것이나. 일본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로또를 하나 챙긴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박근혜(일반명사)를 민주주의국가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대한민국 국민들에 감사할 밖에.


다른 사람 탓할 것 없다. 한미동맹이 중요한 것 알면서 전승절에 중국을 방문해 언론에 사진까지 찍힌 그 무개념함을 욕할 뿐. 자신의 행동이 가지는 의미와 결과에 대해 생각할 머리조차 없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을 믿지 않는다. 사람이 보수적이 되어 가는 이유다. 진짜 끔찍한 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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