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게 길게 쓸 것도 없는 것이, 한 눈에도 문재인과 이들 기타 후보들이 바라보는 방향이 전혀 다른 것이 보이지 않는가. 한 마디로 오로지 대통령 하나만 바라보고 국민과 눈을 맞추려 애쓰고 있는 문재인에 비해 국민은 아랑곳없이 짝사랑하듯 문재인만 바라보고 있다.


하긴 이 또한 이명박이 남긴 모순의 유산이기도 하다. 이명박에 의해 길들여진 개가 되어 버린 언론들은 하나같이 여당인 새누리당에 우호적이고 야당인 민주당에는 적대적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여권에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친노 정치인에 대해서는 혐오와 증오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같은 의도를 충족하기 위해 야당정치인들마저 이용한다. 친노를 비판하면 언론에서 상당히 비중있게 자신의 모습을 내보일 수 있다.


지금 국민의당이 빠진 함정이 바로 그것이다. 정치인은 부고기사 빼고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것이 좋다. 하물며 상당히 영향력있는 공중파와 종편의 프로그램에 패널로 초대되어 집중적으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인지도를 높이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려면 아무래도 방송국의 요구대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침 친노를 불편하게 여기고 싫어하기도 해서 서로 입장이 맞기는 했지만 다른 발언은 아예 언론에서 다루어주지도 않는다. 무조건 친노와 문재인 이야기만 해야 한다.


아무래도 친노를 욕하고 문재인을 비난해야 언론에서 크게 다뤄주고 하니 그에 맛들리고 만다. 마치 문재인을 직접 겨냥해 공격하는 동안 자기가 그와 동급이 된 듯한 착각마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정작 자신의 눈은 종편을, 그리고 종편을 나가 비난하는 사이 문재인과 친노에만 고정되고 만다. 언론에서도 일부러 그렇게 구도를 짠다. 언론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입이지 그들의 정치적 야심이나 이상 같은 것이 아니다.


문재인을 욕하지 않으면 아예 언론에서 다루어주지도 않는다. 문재인을 욕해야지만 그나마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준다.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에게 표를 줄 유권자는 무시한다.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말들을 듣고 싶어하는가 신경쓸만한 여유가 없다. 그리고 그런 발언들에 아예 철저히 대응하지 않으며 한 발 한 발 대권을 향해 나가는 문재인만이 대중과 눈높이를 같이 하고 있다. 대중이 듣고 싶은 말, 알고 싶은 사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 다른 후보들에게는 단지 문재인만 있을 뿐이었다.


밴드웨건이라기보다는 그냥 거대여당과 소수여당의 구도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보였던 정치인으로서 문재인의 미숙함은 이제는 그를 비판하는 이들에 의해 벌써 대통령이 된 것 같은 안정감으로 바뀌고 만다. 모두가 문재인이 대세라 말하는 사이 마치 기정사실처럼 문재인이 아닌 경우 자체가 리스크로 여겨지게 된다. 문재인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문재인이 대통령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대비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자체가 불안요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문재인에 반대하면서 그들이 정작 대통령이 되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가.


물론 아주 없지는 않다. 의외로 제법 많다. 다만 정작 후보자들 자신들이 이용하려는 언론 자체가 그런 것들을 보도할 생가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언론을 이용해 자기를 알리려 한 대가로 언론에 의해 자신의 주장을 철저히 편집당한다. 문재인만 바라본다. 문재인만을 목적으로 한다. 대중들의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그렇다. 저들의 목적은 문재인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저들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전략 역시 문재인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정작 후보자 자신의 진실은 어디에도 없다.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다. 무한의 악순환이다.


지지하고 싶어도 후보자 자신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된 이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어야 한다. 유권자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러주었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여기 있다고. 남을 비난하는 말이 아닌 자신을 긍정하는 말로써. 문재인을 비토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선택하게끔 한다. 너무 쉬운 길을 가려 했다.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언론을 이용했고 언론에 이용당한다. 문재인만이 오로지 대통령을 바라고 한 걸음씩 묵묵헤 떼놓고 있다.


문재인을 비토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을 지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면 결국 결과는 같다. 내가 그곳에 있다. 유권자가 바라보는 곳에 그들이 원하는 자신이 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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