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구글번역기로 그냥 돌리면 gas line이 가스관으로 번역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가스관이라는 것이 forming될 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 것이다. 솔직히 낯설었다. 가스관이 지어지고 있다는 것들 굳이 form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는가. 더구나 Too bad는 특정한 사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드러낼 때 쓰는 표현으로 적절치 않다. 안됐거나 안타깝거나 아니면 강하게 비꼴 때 쓰는 표현이다. 과연 기자들이 그런 것도 몰랐겠는가.


아주 오래전 나 역시 환빠의 길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이른바 재야사학자라는 인간들이 인용한 사서의 문구들이 꽤 그럴싸해 보였으니까. 얼핏 문장들을 번역하면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을 완벽히 뒷받침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느 역사커뮤니티에서 토론게시판을 정리하는 일을 하다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그 문장들을 직접 번역하면서 환빠짓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너무 터무니없었다. 한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어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번역이 오히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정확한 번역인 양 뻔뻔스럽게 인용되고 있었다. 아예 몰랐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오역했거나.


인터넷에서 논쟁을 하면서 논거들을 찾다가 우연히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누군가의 게시물을 보게 된다면 대부분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기자들 아닌가. 역사학자라면 최소한 문헌 정도는 제대로 번역해서 자신의 논거로 삼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사라면 모두가 기정사실이라 여기는 것도 한 번 쯤 의심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직접 발로 뛸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넘치는 게 사전이다. 인터넷만 잠깐 번역해도 영어의 정확한 표현과 해석에 대한 정부를 채이도록 구할 수 있다. 더구나 나름 엘리트들 아니던가. 지방의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려면 가장 먼저 따져묻는 것이 영어실력이다. 그러니까 과연 기자들이 몰라서 그렇게 터무니없이 오역했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복사해 날랐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야말로 각 언론사, 그리고 기자들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의식은 그나마 좋게 표현한 것이다. 그냥 노골적으로 어차피 무지렁이 국민들다위야 어떻게 번역하든 알아먹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이었는지 모르겠다. 설사 국민들이 오역을 눈치채더라도 결국은 자신들이 오역한 사실만이 남을 것이라면 교활함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거나 아무거라도 문재인 정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차라리 자기가 미친 놈이 되고 다시 없을 모자란 인간이 될지라도 어떻게든 문재인 정부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숭고한 목적이 수단마저 만들어낸다. 정의로운 결론이 그 과정까지 합리화시킨다. 문재인 정부라면 이렇게 해도 된다. 이렇게 해도 전혀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것이 굳이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고 말았다.


딱 그만한 언론들이 터무니없는 오역을 하고 그것을 앞다투어 퍼나르고 있었다. 아니 설사 오역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미국 정부에서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에 불만을 가지는 것을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오히려 동조하는 투로 인용하여 보도할만한 사안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언론은 모르겠지만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던 한겨레마저 그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었다. 오히려 경향일보가 여기에 끼지 않은 것이 흥미롭다. 하긴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은 경향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그 의도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말하지 않았는가. 한겨레는 절대 문재인 정부의 편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굳이 한겨레를 폐간시킬 이유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한겨레를 같은 편이라 믿고 오판하는 경우는 절대 막아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만 흠집낼 수 있으면 북한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수단이며 탈핵시대를 위한 보다 값싼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마저 트럼프의 트위터를 빌어 비웃을 수 있다. 한겨레의 이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반문 하나에 맞춰져 있었다. 경향일보는 어쩌면 특유의 무능함으로 기사를 퍼나르는 것마저 늦어서 다행히 망신은 면한 것인지 모르겠다.


참 똑똑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인 텐데. 그러니까 내가 신문을 보지 않는다. 헤드라인만 보면 충분하다. 기사를 읽고 있으면 열불터져서 신문이 남아있지 못한다. 자신의 똑똑함을 과신한다. 남들보다 많이 배우고 많이 보고 들었기에 더 많이 알고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들이 어리석은 국민을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 자신의 의지이든. 아니면 데스크의 의지이든. 나라망신이다. 한국 언론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된다.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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