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사실에 근거한다. 사실 없이 진실이 존재할 수 없다. 최소한 진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가 되는 사실부터 밝혀야 한다. 있는 것을 찾아내고 감춰진 것을 밝혀내고. 그것이 바로 언론인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인 '취재'일 것이다. 때로 그 사실을 찾아서 언론인들은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건다.


언론이 가진 두 가지 기능이다. 하나는 '사실'을 추적하는 취재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보도다. 기자는 아무래도 이 가운데 전자인 '사실'의 취재에 더 가까운 존재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사실'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보다 더 훈련받은 전문가들이어야 할 것이다. 기자가 오만해서는 안된다. 자기가 찾아낸 단지 '사실'이 '진실'일 것이라 예단해서는 안된다. 많은 언론인들이 쉽게 빠지고 마는 함정이다.


하물며 그 '사실'조차 없다. 자기가 직접 취재한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보거나 들었던 구체적인 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한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쓴 기사를 근거로 하고 있는가 역시 구체적으로 상세히 밝혀야만 한다. 그래야 비판이든 논쟁이든 할 수 있다. 해명이든 반론이든 할 수 있다. 사실이 없이 주장만 있다. 사실 없이 오로지 진실만을 주장하려 한다. 그런 것을 흔히 사람들은 '망상'이라 부른다.


원래 그다지 신뢰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몇 가지 주워들은 일들로 인해 그에 대한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었다. 그래도 무언가 좋은 뜻으로 그러는 것이겠거니. 하지만 선의가 없던 진실마저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 진실이 가지는 악의를 감춰주지도 못한다. 직접 사실을 취재할 능력도 여건도 되지 않지만 분명 그것은 진실이다. 기자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언론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다.


기다리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실'이 있기를. 직접 취재했거나, 아니면 간접적으로 인용한 실제의 '근거'가 존재하기를. 그래서 내가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태도를 정할 수 있기만을. 그래서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정치적 지지를 얼마든지 철회하거나 대상을 바꿀 수 있다. 역시나. 말했듯 처음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의욕이 넘치거나, 아니면 다른 의도가 먼저 앞서거나.


굳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 너무 치졸하고 너무 비루하다. 그렇다고 진실이라 여긴다면 한 편으로 언론인으로서 너무 슬픈 일이다. 무엇보다 언론인의 기본이다. 기본이 안됐다면 다음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가치없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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